김종면 논설위원

 

[시사경제신문 김종면 기자] “뭐가 흔들립니까? 옷이 흔들립니다. 흔드는 건 어딥니까?” 문무일 검찰총장은 16일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양복 상의를 벗어 들고 흔들며 이런 말을 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옷을 보고 말하면 안 된다. 흔들리는 게 어느 부분에서 시작되는지를 잘 봐야 한다”며 “외부에서 중립을 흔들려는 시도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 무슨 선문답 같은 말인가. 검찰은 권력집단이다. 그 도도한 권력도 더 큰 권력 앞에서는 그저 바람 앞의 풀처럼 드러눕고마는 것인가. 아니 어느 정치인의 말마따나 바람보다 먼저 눕는 것인가.

정치권에서 흔들어대면 흔들리는 게 검찰 운명은 아니다. 검찰이 검찰임을 주장하려면 그야말로 ‘절대권력’ 앞에서도 당당해야 한다. 검찰이 부당한 정치권력에 맞서 언제 한번 최소한의 ‘저항의 DNA’라도 보여준 적이 있는가. 국민은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리는 건 권력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또다른 권력’ 검찰이다. 존경받는 권력은 되지 못할지언정 비겁한 권력은 되지말아야 한다. 

문 총장의 말은 여러모로 아쉽다. 비유도 적절치 않다. 우리가 고승대덕의 선문답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거기에 서늘한 깨달음이 있기 때문이다. 문 총장은 차라리 ‘옷이 흔들리는 건 스스로를 흔드는 옷 때문이다’라고 말했어야 했다. 메아 쿨파 메아 쿨파 메아 막시마 쿨파(Mea culpa, mea culpa, mea maxima culpa)!  남을 탓하기 전에 내 허물부터 돌아보는 자세를 보였으면 정서적 울림이라도 있지 않았을까.   

모든 개혁은 자기반성과 성찰에서 출발한다. 기본적인 생각의 바탕을 바꾸지 않는 한 검찰개혁은 요원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검찰과 경찰의 입장에서는 사활적 이해가 걸린 난제 중의 난제일지 모르지만 국민이 보기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범박하게 말해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져 폐단이 많으니 경찰과 좀 나누라는 것이 국민의 생각이다.

문 총장은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는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없애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하고, 수사를 끝낼 수 있는 권한도 갖도록 돼 있다. 이처럼 수사개시권과 수사종결권을 모두 경찰에 주는 것은 민주적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을 갖고 있는 만큼 경찰의 부실수사는 검찰에서 상당 부분 걸러질 수 있다. 경찰이 수사를 종결해도 검찰이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2차적 보충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문 총장은 이의제기나 보완수사로 경찰의‘수사권력’을 견제한다는 것은 사후약방문이라고 주장한다.

검찰은 직접수사권,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독점권 등 막강한 권력을 지닌 거대 기득권 집단으로 특권을 누려온 게 사실이다. 경찰에 수사 권한이 집중되는 것이 민주적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면 동일한 논리로 검찰의 ‘권력 초집중’ 또한 민주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문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며 검찰부터 개혁하겠다고 했다.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재정신청제도 확대, 형사부·공판부 중심 운영 등을 자체 개혁안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경찰에 대한 사법적 통제, 즉 수사지휘권만은 포기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수사권 조정 논의를 무색하게 하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검찰권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은 하지 않겠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권력집단인 검찰이 미우니까 검찰의 권한을 떼어내 경찰에 주자는 것쯤으로 이해한다면 그것은 단견이다. 검찰이 생각하는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만이 ‘절대선’이라고 믿는 것 자체가 민주적이지 않다.

문 총장도 언급했듯 지금의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는 검찰이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크다. 검찰개혁은 시대정신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요체는 검찰권을 분산시켜 권력기관 간에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조직이기주의라는 식상한 말을 다시 한번 초들지 않을 수 없다.검찰도 경찰도 자신의 편협한 울타리를 떠나 국민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검찰은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마저 무위로 끝나게 해선  안 된다. 검찰 스스로 혁명보다 더 어려운 개혁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그것이 진정 검찰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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