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무료 피내용 BCG 백신 공급 중단
자사 독점 수입 고가 백신 판매 증대시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회사 이익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신생아에게 공급될 결핵 백신 수입을 축소, 중단한 (주)한국백신 등에 공정위의 제재가 내려졌다. 사진은 한국백신 안산공장 전경. 사진=한국백신 홈페이지

 

[시사경제신문=백종국 기자]  신생아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회사 이익을 극대화한 제약회사 (주)한국백신과 관련 유통회사, 무역사 등에 정부의 제재가 내려졌다.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 판매 증대를 위해 국가 무료 필수 백신인 피내용 BCG 백신 공급을 중단하여, 부당하게 이득을 얻은 ㈜한국백신, 한국백신판매㈜, ㈜한국백신상사 등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9,000만 원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함께 ㈜한국백신과 관련 임원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BCG 백신은 영·유아 및 소아의 결핵 예방을 위한 백신으로, 생후 4주 이내 접종이 권장된다. BCG 백신은 접종 방법에 따라 피내용 BCG 백신(주사형)과 경피용 BCG 백신(도장형)으로 분류되는데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피내용 BCG 백신을 국가 필수 예방 접종 백신으로 지정하여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한국백신의 BCG 백신 시장 점유율은 최근 5년간 50% 이상으로, 특히 다른 공급사가 국내 공급을 중단한 2015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한국백신은 국내 BCG 백신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독점 공급 사업자였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15년 3월 덴마크의 백신 공급사가 민영화와 인수합병 과정에서 생산 중단으로 피내용 BCG 백신 수급이 어려워지자, 2015년 8월부터 JBL사 피내용 BCG 백신의 국내 공급권을 한국백신에 주었다. 그러나 한국백신은 2016년 9월 주력 제품인 경피용 BCG 백신의 판매량이 급감하자, 이를 증대하기 위해 피내용 BCG 백신 주문을 감소시켜 나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한국백신은 2016년 10월 JBL사에 피내용 BCG 백신 주문량을 1만 세트로 축소하고, 2016년 12월 JBL사와의 업무 협의 과정에서 수정된 주문량 1만 세트도 더 축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 2017년도에 피내용 BCG 백신을 전혀 수입하지 않았다. 한국백신은 주문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와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았으며, 취소한 이후에도 이를 질병관리본부에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

결국 피내용 BCG 백신 수급이 중단되어 질병관리본부는 차질 없는 신생아 결핵 예방을 위해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에 대한 임시 무료 예방 접종을 2017년 10월 16일부터 2018년 6월 15일까지 실시해야 했다. 같은 기간 동안 경피용 BCG 백신 사용량과 BCG 백신 전체 매출액이 급증하여, 한국백신은 독점적 이익을 실현했다. 1인당 백신 가격이 피내용 BCG 백신은 약 4,187원이었던 반면 경피용 BCG 백신은 약 4만3000원이었다.  

반면 피내용 BCG 백신을 선호하는 신생아 보호자들은 경피용 BCG 백신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어 선택권이 제한되었다. 지난해 경피형 BCG 백신에서 발암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었다고 해서 안전성 놀란이 일었다.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을 국가가 무료로 지원해 준 결과, 약 140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되어 국고 손실도 야기되었다.

이에 공정위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 중 부당한 출고 조절 행위를 규정한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2호, 동 법 시행령 제5조 제2항 제1호 및 제2호에 의거해 ㈜한국백신 포함 3개 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고, ㈜한국백신 및 관련 임원인 최덕호 대표이사 최덕호와 하성배 RA 본부장 하성배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한 결정에 이른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지배적사업자의 부당한 출고 조절 행위에 대한 공정위 제재 조치는 1998년 (주)대동방의 대두유 출고 건 이후 약 20년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신생아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백신을 대상으로 한 독점 사업자의 출고 조절 행위를 최초로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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