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면 논설위원

[시사경제신문 김종면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여부를 놓고 말들이 많다. 5월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 등에서는 그의 참석을 극구 반대한다. 하지만 황 대표는 기어코 가겠다는 입장이다. 왜 그러는 것인가. 이것이 그렇게 사생결단식의 싸움을 벌일 만큼 중요한 일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소홀히 여길 사안은 아니다. 그가 참석하든 말든 국민의 삶과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흔히 얘기하듯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로만 살수 없듯이 ‘배부른 돼지’만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인간 존재의 숙명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은 많은 이들의 가슴에 정신적 외상으로 남아 있다. ‘5월 광주’를 직접 겪었든 아니든 간에 우리의 정서적 삶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미치고 있다. 국민의 마음을 두루 헤아려야 할 정치인으로서 황 대표는 그러한 역사의 진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황 대표는 제1야당 대표라는 막강한 권력을 지닌 공인이다. 그가 단지 자연인의 신분이어도 그렇게 만난(萬難)을 무릅쓰고 5·18 기념식에 참석하려고 할까. 정치적 예단은 금물이다. 하지만 그의 ‘광주행’ 집착에는 진정성에 의심이 가는 구석이 없지 않다.

제39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와 5·18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황 대표가 5·18 기념식과 추모행사를 욕보이는 행위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자유한국당과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5·18 묵념을 금지하도록 훈령을 개정했던 황 대표는 진상조사와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을 가로막더니, 이제는 5·18을 모욕한 자들에 대한 처벌 없이 당당하게 5·18 기념식에 참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말의 행간을 살펴보면 무작정 5·18 기념식에 오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할 일을 하고 오라는 것이다. “북한군이 개입된 폭동”,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 등  이른바 ‘5·18 망언’ 의 당사자들이 있는 당의 대표가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나 선후책(善後策)의 제시도 없이 기념행사에는 참석하겠다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정치에도 예의염치가 있어야 한다. 책임 있는 공당의 대표라면 정치적 이해를 떠나 ‘역사의 길’을 가는 게 도리다.

전두환씨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를 방문해 시민들에 대한 ‘사살명령’을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군 당국은 14일 이와 관련해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위원회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해 2월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법이 통과돼 3월부터 ‘5·18 진상규명위원회 설치준비 태스크포스’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아직 위원 구성도 하지 못했다. 39년이 됐지만 5·18 진상규명은 여전히 정돈(停頓)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미완의 과제로 남겨둬야 하나.

이 같은 현실을 황 대표가 모를 리 없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황 대표의 광주방문은 ‘5·18 성지’를 ‘정치놀이터’로 전락시키는 일이라는 날선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5·18 민주항쟁을 기념하기 위한 게 아니라 ‘5월 광주’를 이념대결의 고리로 삼아 보수세력의 결집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그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다. 그렇게 해서 모이는 보수란 무늬만 보수일 뿐 진정한 보수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리를 감행하면 낭패를 보게 돼 있다. 광주에서 혹시 있을지도 모를 물리적 불상사가 문제가 아니다. 진정 우려되는 것은 국민의 정치적 혐오가 깊어져 우리 사회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치명적인 불신의 사회가  되지않을까 하는 것이다.

무엇을 위한 광주행인가.  정히 5·18 기념식에 가고싶다면 황 대표는 본인의 ‘5·18관’부터 바로 세우고, 5·18에 대해 반이성적 막말을 일삼는 당내 인사들을 제대로 정리한 후에 가도 늦지 않다.

 정치를 너무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 정치인들은 스스로 권력에 취해 자기정치를 즐기는지 모르지만, 하루하루 일상에 부대끼며 살아가는 국민은 그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피곤하다.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갖고 있다면 황 대표는 이제부터라도 좀더 멀리 보고 깊이 생각하며 정치를 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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