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과는 거리 멀어도 주택가 한 복판의 카페와 술집은 청년들의 아지트
크고 화려한 번화가보다 ‘나만 알고 싶은 거리'에 대한 욕구가 만드는 거리

[시사경제신문=김강희 기자] 젊음의 열기는 ‘홍대’를 넘어 골목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이제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기찻길 주위로 생겨나는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사람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홍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경의선 책거리다.
외국인 관광객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서울의 서쪽에 위치한 홍대입구역은 평일, 주말할 것 없이 밤낮으로 북새통이다. 청년들은 누구나 한 번쯤 홍대에서 여가를 신나게 보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먼 나라에서 찾아온 여행자도 다르지 않다. 홍대는 서울의 번화가이자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 보니 홍대는 언제나 포화상태. 북적이는 인파에 지친 사람들은 메인 스트리트를 벗어나 근처로 뻗어 나갔다. 그 시작이 바로 연남동, 연희동 그리고 경의선 책거리이다.

경의선 책거리를 소개하기에 앞서 연남동과 연희동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연트럴파크와 개성 넘치는 상점, 글로벅푸드를 맛볼 수 있는 식당 등으로 구석구석에 갈만한 곳들이 가득한 연남동은 아직도 ‘핫'하다. 연희동도 마찬가지다. 연남동보다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하지만 리틀 차이나타운이라는 별명을 가진 만큼 화교들이 운영하는 맛깔스러운 중국집이 많다. 이제 홍대입구역은 단순히 젊음의 거리를 즐기려는 사람보다는 홍대의 메인 거리의 건너편인 연남동과 연희동으로 가려는 이들이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의선 책거리 초입에 놓여 있는 커다란 간판.
책거리 옆으로 분위기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 이자카야가 있다.
간이역처럼 꾸며진 책거리.

그리고 바로 홍대, 연남동, 연희동의 유명세를 이어받은 거리가 ‘경의선 책거리’다. 홍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경의선 책거리로 올라오게 된다. 직선으로 조성된 이곳은 잘 가꾼 산책로라고 볼 수 있다. 아직 꽃이 피지 않은 화단에는 초록빛이 푸릇하고,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산책을 나온 사람이 느릿느릿 걷고 있다.

경의선 책거리는 연남동에서 용산구 원효로까지 조성된 경의선 숲길 중 마포구 창전동 구간을 말한다. 산책로 중앙에는 각각의 테마로 책을 모아 둔 책방이 있다. 마치 열차의 차량처럼 연결되어 있어 ‘책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날이 좋은 날에는 곳곳에 마련된 벤치와 의자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동네 주민들은 익숙한 생활공간이기에 이곳에서 산책을 즐긴다.

경의선 책거리의 초입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길의 좌우로 개성 넘치는 펍과 카페, 이자카야, 디자이너 편집숍이 나타난다. 주택가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보니 분위기마저 독특하다. 이제 막 공사를 시작한 곳도 있다. 그렇다고 사람이 많고 북적이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조금 한산하다. 물론 밤이 되면 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어느 식당이든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홍대의 인파에 밀려난 사람들이 이곳까지 걸어오다 보니 자연스레 상권이 밀집되었다고 한다.

주말에는 책과 관련된 행사도 이루어진다. 와우고가차도까지 걸으면 간이역처럼 갖춰진 공간이 있는데 플랫폼과 기찻길, 그리고 역무원 동상이 경의선 책거리를 꾸며주고 있다. 덕분에 이 거리를 걷는 이들은 홍대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경의선 책거리에서 운영하는 3층 4층 규모의 여러 식당 덕분에 대만의 지우펀 혹은 일본의 어느 소도시 골목을 연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책거리에서 빠져나가는 샛길로 걸어 올라가면 뒷골목에도 듬성듬성 숨어있는 가게들을 볼 수 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주택가 한 복판에 있는 카페와 술집들은 청년들의 아지트가 되기 충분하다. 

크고 화려한 번화가 보다는 ‘나만 알고 싶은 거리'에 대한 욕구는 나날히 증가하고 있다. 경의선 책거리는 이제 막 뜨겁게 달아오르는 곳이지만 금방 연남동, 연희동의 명성을 바통터치 받기에 충분하다. 어쩌면 경의선 책거리와 숲길에 주변으로 새롭게 개성 넘치는 골목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경의선책거리 뒷골목 곳곳에는 작은 규모의 가게가 숨어 있다.
오픈 준비 중인 이자카야.
경의선책거리의 끝에는 역무원 동상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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