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면 논설위원

 

체육인과 예술인에 대한 병역특례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형평성과 공정성이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병역특례 혜택을 받은 야구 국가대표팀이 그 극명한 예다. 상무 입대를 포기한 LG 오지환 선수가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논란은 이미 예고됐다.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3연패를 달성하고도 선동열 감독은 대표 선수 선발 과정을 둘러싼 잡음으로 뭇매를 맞았다. 핵심은 결국 병역특례다.

병역법에 따르면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나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는 ‘체육요원’으로 편입돼 병역이 면제된다. 국제 예술 경연대회에서 2위 이상을 했거나 국내 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 중요무형문화재 전수교육 이수자의 경우도 ‘예술요원’으로 편입돼 같은 혜택을 받는다.

이렇게 결정적인 ‘특전’이 주어지니 대표 선수 차출 과정에서부터 말썽이 생기기 일쑤다. 군 면제라는 ‘잿밥’에 눈이 멀어 국가대표를 병역면제 수단으로 악용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한국 선수들의 병역특례는 종종 외신 보도의 제물이 되기도 한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한국에서 군복무를 피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면서 2012년 런던올림픽을 전후해 벌어진 박주영 선수의 병역논란을 거론한 적이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손흥민은 21개월의 군복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며 “병역 면제까지 단 한 발(last shot)이 남았다”고 썼다. 경기 내용보다 선수들의 군 면제가 이슈가 된 셈이니 창피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병역특례 문제가 지금 다시 부각되고 있다. 미국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르며 K팝 역사를 새로 쓴 7인조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도화선이다. 빌보드 차트는 세계 대중음악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다. 방탄소년단은 CNN 등 서구 언론들이 ‘이 시대의 비틀스’라고 표현할 정도로 강력한 충격파를 안겨줬다.

이달초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공개한 ‘2019 한류 파급효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류 유발 총 수출액은 94억8000만 달러(약 11조508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9.1% 증가한 수치다. 한류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점점 커지고 있다. 그 한복판에 방탄소년단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생산 유발 효과는 연평균 4조1400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연 1조4200억 원으로 추정된다.

병역특례의 명분이 국위선양이라면 방탄소년단에게는 병역 혜택을 줘야 마땅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이들에게 군면제 혜택을 줘야한다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병역특례 대상에서 대중예술인이 제외돼 있어 병역 혜택을 줄 수 없다면 충분히 형평성 논란이 일 만하다.

병역특례는 1973년 유신시대에 도입됐다. 정치적으로 기획된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정치적인 맥락을 떠나 예술이든 체육이든 '국위선양자'들의 병역 혜택을 원천적으로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올림픽에서 따는 메달의 수가 국력의 지표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국위선양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해주는 것이 과연 시대정신에 맞는 일인가.  예술로, 체육으로 세상을 뒤흔든 '젊은이’가  있다면 군 면제가 아니라 최고 문화훈장을 줄 수도 있고 체육훈장을 줄 수도 있다.

병무청은 체육·예술 병역특례를 전체적으로 손보겠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한 번의 성과로 병역특례가 인정되는 것은 부당한 만큼 국제대회 성적을 마일리지화해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이 ‘문제적’ 제도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병역특례는 과연 합리적인 제도인가. 정의의 이름에 부합하는가. 일반 징병 대상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어찌할 것인가. 바람직한 개선책을 찾아봐야겠지만, 아예 폐기하는 방안도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한다. 예술은 예술로서 존재하고 체육은 체육으로서 존재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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