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장외투쟁이 무슨 ‘국토대장정’인가
[칼럼] 장외투쟁이 무슨 ‘국토대장정’인가
  • 김종면 기자
  • 승인 2019.05.0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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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면 논설위원
김종면 논설위원

 

[시사경제신문 김종면 기자]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의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주 경부선과 호남선을 주축으로 장외집회를 연 데 이어 7일에는 부산을 출발해 서울까지 이어지는 ‘문재인 정부 규탄 국토대장정’을 벌인다고 한다. 도보나 자전거,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중소기업과 시장, 마을회관 등을 찾아다니며 현안에 대한 민심을 듣고 한국당의 입장도 설명한다는 것이다.


야당의 입장에서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장외투쟁도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장외투쟁은 보다 신중하고 사려 깊어야 한다. 투쟁의 내용뿐 아니라 형식도 중요하다. 한국당의 장외투쟁은 장기전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국토대장정’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정치 포장술도 발휘했다.

국토대장정은 모름지기 대자연과 교감하며 호연지기를 키우고 깨달음을 얻는 육체적 고투의 과정이어야 한다. 한국당이 예고한 대대적인 장외투쟁이 그런 것인가. ‘집토끼’로 지칭되는 이른바 ‘자유우파’ 핵심 지지층을 끌어모으기 위한 정치 퍼포먼스의 성격이 짙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왜 말을 그렇게 난폭하게 할까. 피가 뚝뚝 떨어질 듯한 섬뜩한 ‘칼날의 언어’를 예사로 내뱉는다. 그는 지난달 27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움직임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지금 여의도에는 도끼비가 내린다. 쾅, 쾅, 쾅, 쾅, 도끼로 장작을 패듯 독재 권력의 야만적인 폭력의 비가 내려 서슴없이 대한민국을 부수고 있다” “2중 3중 4중 도끼날의 야합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잔인하게 찢어버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 대한민국, 우리 국민, 우리 헌법, 우리 자유민주주의를 패고 부수고 파괴하고 찢어버리는 저 독재의 도끼날을 저는 피 흘리며 삼켜버릴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지옥의 묵시록을 방불케 하는 저주와 분노와 증오의 난장이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정치언어도 마찬가지다. 도끼날을 피 흘리며 삼켜버리겠다니, 이 게 공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할 말인가. 무조건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말이 폐부를 찌르는 것이 아니다. 온화하지만 진정성이 담긴 말이 가슴에 와 닿는 법이다.

첨예한 정치적 이해가 걸린 선거제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처리는 한국당으로서는 그야말로 생사존망의 문제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년 총선에서 제1야당의 위치를 유지한다 해도 우당(友黨) 없는 초라한 행색의 외톨이 신세가 될 수 있다. 결과론으로 얘기하면 한국당은 사태가 이처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기 전에 선거법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했어야 했다. 국회의원 정수를 27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없애자는 주장은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의 호응을 얻었지만, 그것이 쉽게 실현되리라고 믿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의 결과에 대해서는 ‘어깃장’을 부리며 안일하게 대처해온 한국당의 책임도 크다.

한국당은 이런 저간의 사정부터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 지금 국회에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민생·경제 관련 현안들이 산처럼 쌓여있다. 이를 두고 ‘민생 속으로’를 외치는 것은 공허하다. 자기모순이다.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당 내부 정비도 미룬 채 국토대장정이라는 이름의 장외투쟁에 몰두하는 것을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 확보를 위한 ‘대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보기도 한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이보다 더 무책임한 일도 없다.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개인의 미래보다 국가의 미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연단의 레드카펫을 걸으며 눈앞 군중의 환호에 취해 국가대사를 그르쳐서는 안 된다. 상궤를 벗어난 정치 레일을 이제라도 바로 깔아 놓기 바란다.

국토대장정은 낭만과 설렘의 다른 이름이다. 아무리 ‘네이밍 정치’ 시대라지만 그런 소중한 가치를 지닌 말을 아무 데나 갖다 붙여서야 되겠는가. ‘국민도 모르는 선거법’이라는 한국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국민은 모르는 것 같지만 다 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무릎 꿇는 날까지 투쟁 하겠다”고 했다. 극한투쟁이 핵심 지지층을 결집해 내년 총선에서 얼마나 정치적 효과를 거둘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폭넓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는 어렵다. 장외투쟁의 착시 효과에 현혹돼선 안 된다. 정치인의, 정치인에 의한, 정치인을 위한 투쟁은 의미 없다. 자기 소모요 국력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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