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들, 잊을 만하면 대형 범죄 일으켜
치료 않거나 중단하면 문제 발생 소지 많아
국가가 나서서 정신질환 의료시스템 구축해야

잇따르는 조현병 환자들의 대형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제대로 된 정신질환 치료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지는 정신분열증은 앓았던 것으로 알려진 화가 고흐. 픽사베이 제공

 

[시사경제신문=백종국기자 ]  잊을 만하면 다시 이어지는 조현병 환자의 범죄로 인해 조현병(schizophrenia)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지난 17일 진주의 아파트에 불을 내고 대피하는 주민들을 칼로 찔러 20명을 사상시킨 40대 남성 안 씨도 조현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병이라 불리던 질환으로 사고 감정 지각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 걸쳐 광범위한 임상적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정신 질환이다. 증세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전두엽에 이상이 생겨 이성적인 판단을 하거나 충동을 조절하기 어렵고 망상·환각 같은 증상을 겪는다고 한다.

조현병은 전 세계적으로 100명 중 한 명, 즉 인구의 1~1.5% 정도가 걸리는 흔한 병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도 1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발병 원인은 도파민 작용의 증가와 관련된 신경생물학적 요인, 신경전달물질 이상,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소 등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우리 뇌는 불필요한 한 신경 연결 고리를 끊어내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필요한 신경 연결 고리까지 비정상적으로 잘라내 걸린다는 학설도 있다.

청소년기 발병 시 초기 증상은 두통, 체력저하, 우울감, 주의력 저하, 인간관계 회피 등인데 사춘기 시절의 흔한 증세와 맞물려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여기에 의지가 무기력해지는 정서적 둔감’, 생활의 욕구를 못 느끼는 무욕증등이 나타나고 다른 사람을 과도하게 의심하거나 환청 및 환각, 망상이 심해지는 증세가 더해지기도 한다.

치료는 대개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조절하는 약으로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의사들은 조현병 치료를 발병 5년 이내에 시작하고 5년 정도 꾸준히 치료하면 환자의 2/3가 양호한 예후를 보이며 재활과정을 거쳐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병을 쉬쉬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의심하고 병원치료를 권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현병 질병의 특성 상 환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질병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크고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지 않아 복약을 중단해 재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복적인 재발 시에는 뇌의 구조적인 병적 변화로 장기적인 손상을 입게 되어 치료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게 의사들의 견해다.

조현병 환자들의 공격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의사들이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조현병은 여러 원인과 발병 기전 등에 따라 증상과 결과가 천차만별이므로 일부 조현병 환자의 폭력적 행동을 전체 환자의 특성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2017년 대검찰청의 범죄 분석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들의 범죄율은 0.136%로 전체 인구 범죄율(3.93%)1/29에 불과했다. 강력범죄 비율도 0.014%로 전체 0.065%로 크게 낮았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지에 소개된 외국의 사례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는 절반이 망상·환청 때문이었다. ‘저 사람을 해치지 않으면 네가 다친다같은 환청을 듣거나 , ‘저 사람이 나를 해치려 한다는 피해망상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많았다.

조현병과는 별개로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같은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이럴 경우 일면식이 없는 사람에게 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많았다. 나머지는 환자를 관리해주는 가족을 구속하는 사람이나 방해물로 여기고 이들 보호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살인을 저지른 경우였다.

발생 확률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일면식이 없는 사람에게 대한 범죄는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피해망상과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겸비하고 있다면 그에 대한 일반인의 두려움은 조현병 환자에 대한 낙인과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조현병 등 정신질환은 조기진단과 꾸준한 치료를 하면 범죄 위험성은 매우 낮으나 병을 치료하지 않거나 중단했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한다. 따라서 치료를 하지 않거나 중단한 조현병 환자들에 대해 환자 본인이나 사회 보호를 위해 국가가 적절히 대응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승환 교수는 최근 한 신문에 기고를 통해 최근 우리나라 정신의료계의 실정은 환자의 인권을 강조하면서 환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정신병동에 입원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또한 환자들이 장기간 입원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적인 절차들이 진행되면서 많은 환자들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사회로 나오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 환자들을 책임질 국가는 이러한 의료시스템 구축에 돈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그럴 여력이 없는 듯하다. 환자들은 무방비로 방치되어 정신병적 증세 악화로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에는 방치된 정신질환자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더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하루 빨리 제대로 된 정신질환 치료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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