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플렉스 시간당 3만원의 허위 과장 광고 논란 휩싸여
시급 2만5천원 준다더니 박스당 750원… 국민청원 “알바 사기다”

쿠팡 플렉스는 최근 시간당 2만5천원을 벌 수 있다는 광고를 전면에서 없앴다. 플렉서들은 실제로 이러한 돈을 벌 수 없다며 과장광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정수기자

쿠팡 플렉스는 최근 시간당 2만5천원을 벌 수 있다는 광고가 전면에서 사라졌다. [본지 15일자 쿠팡 플렉스 체험기]에서도 주간배송 기준 단가는 건당 750원으로 40건 배송하는데 4시간이 넘게 걸려 시간당 2만5천원을 벌 수 있다는 쿠팡 측 광고와는 사뭇 달랐다.

실제로 쿠팡 플렉스 시행 초기에는 시간당 25,000원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플렉서 지원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시급 2만5천원을 번다는 문구는 ‘과장 광고’ 논란이 일었다.

쿠팡 측에 따르면 올해 초 쿠팡 플렉서 누적 지원자는 30만 명을 넘었다. 하루 평균 4000명에 달한다. 작년 11월 누적 지원자 10만 명에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쿠팡 플렉스는 전형적인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단면을 보여준다. 긱 이코노미는 플랫폼을 통해 노동자가 그때그때 서비스 제공 계약 형태를 맺고 일하는 경제 활동 방식이다. 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 주변에서 단기 계약으로 섭외한 연주자 ‘긱’에서 따온 말이다. 맥킨지는 2025년 세계 긱 이코노미가 2조7000억달러(약 3000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쿠팡 플렉스 택배 알바로 체험해 본 긱 이코노미는 과장된 부분이 많았다. 쿠팡 플렉스가 시작할 당시와 비교해보면 단가부터 차이가 컸다. 초기만 해도 건당 3000원까지 가던 배송 단가는 돈이 된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배송 알바생들이 몰렸고 급기야 750원까지 급락했다. 최근에는 평일 750원, 주말과 휴일에는 1000원대로 단가가 형성되고 있다.

건당 배송 단가는 그때그때 다르다. 4월 15일 인천 지역 주간배송은 개당 1000원, 심야배송은 개당 1500원으로 책정됐다. 4월 첫째주 새벽배송은 건당 1000원이었고, 주간배송은 건당 750원이었다.

쿠팡 플렉서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방에 알아보니 배송 건수를 최대한 많이 받아야 그나마 돈을 손에 쥘 수 있다고 한다. 쿠팡 플렉스의 가장 큰 장점은 물품을 배달하는 지역이 한정돼 있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물품을 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도 인천 부평5동과 부개동 일대에서만 배송이 이뤄져 만약 더 많은 물품을 받았다면 수익은 좀 더 나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시간당 2만5천원은 버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이렇게 지역이 협소한 곳만 받는 것은 아니다.

인천 지역 플렉서들은 아파트 밀집 지역인 송도를 선호하지만, 이곳을 배정받기는 힘들다. 선호하는 지역으로 플렉서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원하는 배송지를 지정해서 받았지만 지금은 이런 방식이 사라지고 광범위한 지역을 모두 선택해야 배송 일거리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 배송을 예약했다가 취소하는 ‘노쇼’를 내면 이를 대체할 인력을 갑작스럽게 모집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단가가 오르기도 하지만 개당 1500원을 넘지 않는다. 플렉서가 3차례 이상 노쇼하거나 배송 시간을 못 맞추면 패널티를 부여해 플랙서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럴 경우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플렉서들은 인천 용현동 지역을 가장 배정받기 두려운 곳이라고 했다. 용현 5-6구역은 노후저층주거지가 밀집돼 있어 차량 진입조차 쉽지 않다. 이곳에서 배송하려면 근처에 차량을 정차한 뒤에 물건 서너 개를 들고 뛰어야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쿠팡 배송대행 알바인 쿠팡플렉스의 허위광고중단 및 자차배송에 대한 근무환경 개선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 쿠팡 측이 배송알바들에게 대해 갑질을 넘어 사실상 '사기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초창기부터 쿠팡 플렉스로 일하고 있다. 처음엔 (배송 단가) 개당 2천원에 시간당 2만5천원을 벌수 있다며 사람을 모집해 놓고 현재는 개당 최저 750원, 시기에 따라 프로모션을 받고 일하고 있다”며 “과대광고를 내보내 사람을 모집하면서 본사가 나서 개당 금액을 내리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또한 근무환경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하루 전 공지가 아닌 출근 당일 1시간 전 혹은 그 이내에 갑작스러운 쿠팡맨 물량이관으로 물량 없음, 즉 대기자로 빠지게 되어, 취소 시에는 집으로 돌아가서 대기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계약서에 명시된 바로는 헛걸음보상이랑 명목으로 배정이후 취소 시 22,500원을 보상하도록 돼 있지만 정말 소량(10개 이하)을 배정해줘 이를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또, 매일 무거운 배송상품이나 어두운 밤, 처음 가는 초행길의 위험을 감수하지만 자가용 보험으로 인해 배송사고 시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고, 배송물품 손상 또한 무조건 배송자가 변상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플렉서들간 정보를 공유하던 단체방을 폐쇄했다. 플렉서들이 대화방에서 이같은 불만을 제기하면 대화내용을 삭제하거나 여러 차례 올리면 단체방에서 추방되기도 한다.

쿠팡 측은 “배송 단가는 배송지역이나 배송시간, 당일 주문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배송 물량이 적고 배송할 사람이 많으면 단가가 떨어질 수 있다”며 단가하락의 원인을 시장에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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