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판매 제품 90% 이상이 저농도에서는 경보 안 울려
일산화탄소 EU기준으로 강화 필요

한국소비자원 제공

 

[시사경제신문=백종국기자 ] 지난해 발생한 강릉 펜션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의 영향으로 숙박시설에 일산화탄소경보기 설치가 의무화되고 경보기를 구입하는 소비자도 증가하고 있으나, 일부 제품은 경보 성능이 떨어져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일산화탄소경보기 14개 제품을 대상으로 한 성능 시험 결과, 5(35.7%) 제품 일산화탄소 감지 및 경보 음량 성능이 미흡했다고 밝혔다.

일산화탄소경보기는 가스누설경보기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에 따라 `불완전연소가스용 경보기'로 분류되며, 공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250ppm(1차 경보 농도)에서 5분 이내, 550ppm(2차 경보 농도)에서는 1분 이내에 경보를 울려야 한다. 또한 오경보를 방지하기 위해 50ppm(부작동 농도)에서 5분 이내에는 작동하지 않아야 하며, 경보 음량은 70dB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 기준은 교류 전원형 일산화탄소경보기에만 적용될 뿐 시중 유통제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전지 전원형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일산화탄소 경보농도 및 음량 시험 결과, 조사대상 14개 중 5(35.7%) 제품이 성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조사대상 14개 중 4개 제품은 1(250ppm)·2(550ppm) 경보농도 등에서 미작동 또는 오작동 하였고, 3개 제품은 경보음량이 52dB~67dB 수준으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저농도의 일산화탄소도 장시간 흡입할 경우 혈액 내 일산화탄소헤모글로빈의 농도가 증가해 일산화탄소 중독(저산소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일산화탄소헤모글로빈은 적혈구내 헤모글로빈과 일산화탄소가 결합된 화합물을 말하며 일산화탄소는 헤모글로빈과의 결합력이 산소보다 약 250배 높아 헤모글로빈의 산소운반을 저해하여 저산소증(일산화탄소 중독)을 유발한다.

한국소비자원 제공

 

이에 유럽연합과 미국은 일산화탄소경보기의 최저 경보농도 기준을 각각 50ppm, 70ppm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250ppm으로 저농도에 장시간 노출되어 발생되는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예방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유럽연합 일산화탄소경보기 성능기준에 따라 시험한 결과, 조사대상 14개 중 13(92.9%) 제품이 50ppm 또는 100ppm에서 작동하지 않거나 규정된 작동시간 이내에 경보를 울리지 않아 국내 경보농도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일산화탄소경보기는 소비자가 구매하여 직접 설치하는 제품으로 바닥·창문·환풍기 부근 등 부적절한 장소에 설치할 경우 경보가 울리지 않거나 지연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조사대상 14개 중 설치위치 등을 안내하고 있는 제품은 3, 제품사용설명서 등을 제공하고 있는 제품은 7개에 불과해 안전한 사용을 위한 정보 제공이 미흡했다.

유럽연합에서는 일산화탄소경보기 설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소비자에게 적절한 설치·사용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안전사고를 사전 예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주택구조에 맞는 설치기준 마련이 시급한 현실이다.

 

저작권자 © 시사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