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김종면 논설위원

 

오늘로 세월호 참사 5주기다. 2014416일 우리는 비극을 보았다. 검은 심연 속으로 300명이 넘는 생명이 속절없이 빠져들었다. 당시 세월호 이준석 선장은 승객에게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남기고 자신은 탈출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선장만이라도 자기 소임을 다했으면 희생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그는 지금 죄책감에 사로잡혀 참회하며 용서를 빌고 있다고 한다. 오늘 공개된 그의 옥중편지에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기에 답답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적혀 있다.

도저히 용서하기 힘든 죄를 지은 그를 용서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인간의 허물에 대해 어디까지 관대해질 수 있을까.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의 시구대로 잘못은 인간의 상사요, 용서는 신의 일이라고 치부해야 할까. 분명한 것은 인간의 본성은 신의 본성과 다르다는 사실이다.

자유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경기도 부천 소사 당협위원장)이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퍼부어 파문이 일고 있다. 그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막말성 글을 올렸다.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쳐 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 그들이 개인당 10억원의 보상금을 받아 이걸로 이 나라 학생들 안전사고 대비용 기부를 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귀하디 귀한 사회적 눈물비용을 개인용으로 다 쌈 싸 먹었다.

인성 파탄을 넘어 인간 실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비난이 일자 그는 글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세월호 희생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 같아 순간적 격분을 못 참았다며 머리 숙여 용서를 빈다고 했다. 반성하는 의미에서 페이스북과 방송 활동도 중단하겠단다.

소영웅주의의 발로인가. 자기기만인가. 그 막말의 심리가 궁금하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은 날 것 그대로의 섬뜩한 언사를 보면 일각에서 지적하듯 소시오패스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들 만하다. 생각한 바를 그대로 토설한다고 다 말이 되고 글이 되는 것이 아니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우리 속담도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야 하든 말든 본인 자유지만, 방송은 이미 물 건너갔다. 공인의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진정으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차 전 의원의 세월호 막말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임을 분명히 하고 사과한 데 이어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징계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재난시대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5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아직도 온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만큼 했으면 됐으니 이제 그만하자는 얘기는 적어도 기본적인 사건의 매듭이 풀리고 나서 해야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세월호 유가족들의 입장에서도 모든 분별과 집착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텅 빈 충만에 이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자신의 아들이 죽고 딸이 죽고 친구가 죽은 비극적인 사건이다. 그렇기에 지금도 오매불망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 최소한의 공감능력도 없는 이들이 정치인이랍시고 따따부따하는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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