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배송 알바 40건 처리… 3만원 벌었다
유류비 빼면 최저시급에도 못 미쳐

급격한 변화의 흐름 속에 기업들은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사경제신문>은 연중기획 [기업의 빛과 그림자]를 통해 기업의 흥망성쇠를 연속해서 다룬다. - 편집자주

4월 10일 쿠팡 플렉서 차량들이 물품을 싣기 위해 쿠팡 플렉스 센터가 있는 인천 도화동 G물류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민정수 기자

“무작정 물품을 실으시면 안 되고요. 배송할 순서를 정한 다음에 역순으로 실으셔야 해요.”

4월 10일 오전 12시경, 인천 도화동의 G물류센터 안에서 물품을 싣고 있는 기자에게 이모 씨가 조언을 했다. 이 씨는 “물품을 받고 나서 차량에 실을 때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배송할 때 헤매게 된다”면서 “분류 작업에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하고 나면 배송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13,985㎡(4,230평) 규모의 거대한 물류 창고 앞에서 만난 이 씨는 쿠팡 플렉스 배송 일을 3개월 동안 해왔다. 그는 최근 실직하고 다른 직업을 구할 때까지 배송 일을 할 예정이다.

쿠팡은 정규 직원인 ‘쿠팡맨’ 외에 지난해 8월부터 일반인들이 차량을 이용해 물건을 배송하는 ‘쿠팡 플렉스’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차량만 있으면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배송 알바를 할 수 있다. <시사경제신문>도 이 씨처럼 쿠팡 플렉스를 직접 체험해 보기 위해 쿠팡 플렉스를 운영하고 있는 G물류센터를 찾았다.

배송 알바를 하려면 최소 2일 전까지 해당 일의 알바를 신청해야 한다. 알바 시간은 당일, 주간, 야간, 새벽 배송으로 나뉜다. 이날 주간 배송은 상품 1개당 750원으로 단가가 책정됐다. 기자에게는 40개의 물품이 배정됐다. 6개짜리 묶음으로 된 1.5리터 물 여러 개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받은 물량 중에 묶음 배송이 세 개가 있었다. 모두 37곳을 방문하면 된다.

배송할 물품을 분류하기 전에 쿠팡 플렉스 전용 앱으로 물품을 스캔하면 주소와 배송개수가 자동으로 지도에 표기된다. 배송할 위치는 원 모양으로 표시되는데 이를 누르면 고객 주소와 정보가 함께 나타난다. 앱은 지리를 모르는 초보자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구글 지도와 연동해 배송할 위치를 찾을 수 있는 기능이 설치돼 있다.

기자의 SUV차량에 40개의 물품을 배송 순서에 따라 앞뒤로 나눠 실었다. 이날 물품 중에는 1.5리터 6개짜리 묶음으로 된 생수가 6개 포함돼 있었다.

물품을 정리하고 차량에 싣고 나니 40분가량이 소요됐다. 기자는 앱상에 있는 곳 중에 가장 가까운 곳을 클릭해 차를 출발시킨 시간은 12시 40분이었다.

20여 분만에 첫 번째 배송지에 도착해 주변 건물에 붙은 도로명 주소를 살펴봤지만, 해당 주소가 보이지 않았다. 차량에서 내려 골목과 골목 사이를 요리조리 훑어봤지만 주소를 찾지 못했다. 다시 큰길로 나와 주소를 재차 확인하고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 보니 5층 빌라 옆으로 작은 빌라 하나가 숨어있었다.

해당 주소가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니 공동현관문이 앞을 가로막았다. 해당 주소의 초인종을 눌렀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물품 겉면에는 ‘문앞 배송’이라고 적혀있지만, 공동현관문에 놓고 가라는 의미로는 보이지 않았다. 초인종 소리에 반응이 없자, 앱상에 있는 전화번호 버튼을 눌렀다. 한참 신호가 가더니 수화기에서 자동응답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첫 배송부터 난감한 상황이 연출됐다. 첫 배송지 주변에 도착해서 집을 찾은 뒤 연락할 때까지 10여 분이 소요됐다. 남아있는 39개 물품을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대로 물품을 두고 갈 수도 없고, 다음 배송지로 갈 수도 없는 상황. 첫 배송을 안 하고 넘어가면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하기에 무조건 배송을 완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의 전화번호 버튼을 한번더 눌렀다. 몇 차례의 시도 끝에 고객과 통화가 연결됐다. “공동현관문 비번 적어놨을 텐데요….”라는 답변이 흘러나왔다. 그제야 쿠팡 담당자가 한 말이 기억났다. 쿠팡 플렉스 앱에서 고객 정보를 확인하니 공동현관문 비밀번호가 적혀있었다. 황급히 전화를 끊고 공동현관문을 열고 3층을 뛰다시피 올라가 첫 배송을 완료했다. 배송 완료 시에는 배송물품과 현관문이 보이도록 사진을 찍어 앱에 전송하면 고객에게 자동으로 전송된다.

기자가 배정받은 지역은 인천시 부평5동과 부개동 일대로 연립주택과 빌라가 밀집된 곳이다. 대부분 5층 이하 건물로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은 배송하는 내내 한 곳도 없었다. 하나를 배송하면 다음 배송할 곳을 클릭해서 정보를 확인하고 해당 주소지로 차를 몰았다. 1.5리터 물 6개짜리 묶음 두 개를 양손에 쥐고 4층에 다녀오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40개 물품 중 절반 정도 했을 때 또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배송을 완료하면 파랑색 선모양의 원이 회색선으로 변경된다.

방금 배송을 완료한 배송지에 완료 모양의 빈 원형 모양이 나타나지 않았다. 현관 앞에 물품을 두고 사진까지 찍어 전송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배송하다 말고 앱을 클릭해 확인해 보니 해당 주소 물품이 1개가 더 있었다. 같은 빌라에 거주하는 다른 고객이 신청한 것이었다. 다시 차를 몰아 같은 건물 3층에 뛰어 올라가 물품 배송을 완료했다. 

배송에서 가장 힘든 일은 역시 주소를 빨리 찾는 일이다. 배송지에 도착하고도 헤매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주소를 찾는다고 해서 끝나진 않았다. 대체로 공동현관문이 있으면 비밀번호가 기재돼 있지만, 간혹 없을 때도 있다. 고객과 통화를 해야 하지만 바로 연결되는 경우가 드물다. 모르는 전화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식수 배송도 3건이나 됐다. 이날처럼 빌라가 밀집된 곳은 주차하기도 쉽지 않다. 가게 앞에 차량을 잠깐 세우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한다.

12시 40분에 시작한 배송은 3시 20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40건을 배송하는데 3시간 40분이 걸렸다. 물품을 정리하는 시간까지 합산하면 4시간 넘게 걸린 셈이고 건당 750원을 계산하면 3만원을 벌은 셈이다. 유류비를 제하면 시간당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