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국가보훈처, 독립운동 기념공원 위상 바로 세운다
독립운동가 7인 일상 속 추모공간으로 전환

 

 

용산 효창공원이 독립운동가들의 얼이 깃든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날 전망이다. 서울시 제공

 

[시사경제신문=백종국기자 ]  백범 김구 선생과 윤봉길‧이봉창 의사 등 조국 해방에 삶을 바친 7인의 독립운동가가 잠들어 있지만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용산구 ‘효창공원’이 오는 2024년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다시 태어난다.

서울시는, 일제가 훼손한 ‘효창원’의 역사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오랜시간에 걸쳐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고 노후되면서 주민들에게 외면받고 시민들에겐 낯선 공간이 된 ‘효창공원’의 위상을 바로 세운다는 계획이다. 독일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추모공원’ 같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독립운동의 역사를 마주하며 그 정신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일상 속 기념공원, 미래세대가 뛰어노는 새로운 명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효창공원’은 원래 조선 정조의 장자인 문효세자의 묘역인 ‘효창원’이 있던 자리다. 일제는 울창한 송림으로 사랑받았던 효창원에 골프장과 유원지를 지었고, 해방 직전에는 묘역을 서삼릉으로 이전시켰다. 이 과정에서 규모는 1/3로 축소됐고 도로로 단절되면서 섬처럼 폐쇄적인 공원이 됐다.

해방 후 백범 김구 선생은 이곳에 독립운동가 묘역을 조성했고 그 자신도 1949년 효창공원에 안장됐다. 현재 효창공원에는 김구 선생을 비롯해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삼의사’와 임시정부에서 주석, 비서장, 군무부장을 지낸 이동녕, 차리석, 조성환 선생 등 독립운동가 7인의 묘역이 있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봉환되면 안장하기 위한 가묘도 있다.

그동안 추모행사 때에만 참배객 위주로 방문하고 있는 독립운동가 7인의 묘역은 ‘일상 속 성소’로 전환된다. 주변 연못을 개보수해 평상시에는 주민과 아이들을 위한 휴식처로, 기념일에는 엄숙한 추모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전면철거, 축소 등 의견이 분분했던 ‘효창운동장’은 공원과 하나되는 축구장으로 거듭난다. 다만 독립운동가 묘역을 가로막고 있는 스탠드, 조명탑 등 일부 시설은 없애고 운동장과 공원 사이 주차장과 도로를 녹지화해 연결성을 강화한다.

효창공원 북쪽으로는 암울한 시기에 민족의 혼을 되살린 스포츠영웅 손기정 선수와 그의 조력자 남승룡 선수를 기념하는 ‘손기정 체육공원’이 내년 6월 준공 예정이다. 남쪽으로는 이봉창의사 생가 터에 ‘이봉창의사 기념관’이 내년 4월 문을 연다.

효창운동장은 창의적 계획을 통해 변화 가능한 ‘다층적 공간’으로, 독립운동가 7인의 묘역은 ‘일상 속 성소’로, 주변 지역은 ‘확장된 공원’으로 거듭난다. 효창운동장은 스탠드 대신 경사지를 활용한 피크닉형 관람석을 조성해 경기가 없는 날에도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축구장 하부에는 1만5천 명의 뭇별(독립운동가) 기념공간을 조성한다. 특정일마다 관련 인물을 조명하는 공간으로 운영한다.

독립운동가 묘역은 엄숙함과 정연함을 유지하는 가운데, 접근성을 개선해 방문객과 시민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일상 속 추모공간이 된다. 또 공원의 경계를 넘어 손기정체육공원, 식민지역사박물관, 이봉창의사 기념관, 경의선숲길, 숙명여자대학교 등 주변과 연결,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공원으로 거듭난다.

지역사회와 공원을 단절시켰던 폐쇄적인 담장이 사라지고 화단이나 잔디밭을 지나 자연스럽게 공원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되며, 동쪽으로는 숙명여자대학교,  식민지역사박물관을 지나 숙대입구역으로 이어지는 문화공연‧전시 특화길 650m가 조성된다.

효창공원 최종 계획안은 시, 국가보훈처, 문화재청, 용산구, 독립운동 관련분야, 축구협회,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효창독립 100년포럼’에서 토론회, 심포지엄, 주민참여프로그램 등 대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마련된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은 손기정 공원뿐 아니라 우리의 근현대 역사를 기억하고 현대적으로 재창조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며, 효창공원도 그 중 하나”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정신을 담아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서울의 대표적인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조성해 나가겠다. 시민 삶과 괴리된 공간, 특별한 날에만 찾는 낯선 공간이 아닌,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독립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미래 세대가 뛰어 노는 새로운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손기정체육공원 시설계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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