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다영 변호사(법무법인 이헌).

2012년 낙태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던 헌법재판소가 7년 만에 낙태죄는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사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고 본 것일까.

2012년 헌법재판소는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위 조항을 통해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해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모자보건법이 일정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해(모자보건법 제14조),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태아의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 초기의 낙태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아니한 것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7년 사이 미투운동의 촉발, 성별갈등 등 여러 상황으로 인해 낙태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급속히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반영해 “임신과 출산은 여성 삶에 근본적·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며 "임신 유지 여부는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과 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 결정"이라고 했다.

이런 전제 하에 모자보건법에서 낙태가 허용되는 예외적 경우를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 갈등 상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낙태죄가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재판관 9명 중 7명이 낙태죄로 인해 “출산과정에 수반되는 신체적 고통·위험을 감내하도록 강제당할 뿐 아니라 이에 더해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고통까지도 겪을 것을 강제당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인하여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269조, 제270조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효력이 상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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