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지분율, 엄청난 상속세, 거세진 견제세력 등 걸림돌 상존

[시사경제신문=김우림 기자] 조양호 회장 황망한 별세 이후 조타수 잃은 ‘한진호’의 향방에 재계와 일반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생전에 후계 구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수립되지 않아 한진그룹의 승계 작업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의견이 무게를 실어가고 있다.

자연스런 흐름은 3세 경영체제로의 전환이다. 그러나 이게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경영권 승계가 유력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지주사 한진칼 지분율이 2.34%에 그치고 있다. 또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마련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의 승계 작업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의견이 무게를 실어가고 있다.(사진=대한항공)

 

‘땅콩회항’ ‘갑질행각’ 등으로 촉발된 행동주의 사모펀드·국민연금 등의 견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런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재계 일각에서는 당장 그룹 계열사의 경영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지난달 지주사 한진칼 주총에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등 외부 견제에도 조 회장 측근인 석태수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이는 조 회장 측 지분을 통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각 계열사 사장단도 전문적인 경영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당장에 경영 판단에도 큰 혼선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조 사장 체제로 전환이 추진될 전망이다. 조 사장은 2003년 한진정보통신으로 입사해 2004년 대한항공 경영기획팀 부팀장 등을 거쳐 2016년 3월 대한항공 대표이사 총괄부사장으로 선임됐다.

이듬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조 사장은 부친과 함께 회사 경영을 이끌어왔다. 작년 말 조 회장이 요양 목적으로 미국으로 출국하자 올해 시무식을 직접 챙기며 전면에서 경영 행보를 보였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조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또 다른 걸림돌은 상속세 문제다. 이를 놓고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지분 상속 및 승계가 순탄하게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고(故) 조양호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과 대한항공, 한진 등 한진그룹 상장 계열사의 주식 가치는 약 3579억원으로 단순히 상속세율 50%를 적용해도 1700억원대에 이른다.

조 사장의 지배구조 정점인 한진칼 보유 지분율이 2.34%에 불과해 조 회장의 주식을 상속받아야만 경영권 승계가 원만할 텐데 상속세 내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래서 갖가지 암초로 승계 과정이 순탄치 않아 상속을 포기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속을 포기하게 되면, 임원직을 유지하면서 회사 경영권은 전문 경영인에게 넘기는 방안을 채택할 가능성도 상존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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