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흑역사, 종착점은 어디인가
KT 흑역사, 종착점은 어디인가
  • 김종면 기자
  • 승인 2019.04.0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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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면 논설위원
김종면 논설위원

 

국내 유일의 비재벌인 그룹 통신사 케이티(KT)가 몸살을 앓고 있다. KT 채용비리 의혹 확대도 모자라 정치권 로비 의혹까지 불거졌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의 KT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김 의원 딸 외에 다수의 부정 채용이 더 있었던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국회의원과 차관급 인사 등이 청탁을 통해 특혜 채용이 이뤄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강원랜드 사태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확인한 유력인사 관련 KT 부정 채용 사례는 2012년 하반기 공개 채용 5건 등 모두 9건이다. 김 의원 딸은 서류전형에 응시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인·적성 검사를 거쳐 1·2차 면접을 통과해 최종 합격했다고 한다. 개인의 도덕적 파탄을 넘어  조직의 파괴요 국격의 실추다.

그런가 하면 KT 현 경영진의 정·관계 로비 의혹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황창규 회장은 2014년 취임 이후 정치권 인사와 퇴역 장성, 고위 공무원 출신들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해 20억 원의 자문료를 지급해 왔다.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의 측근 3명을 고문으로 위촉한 것이다. 당시 홍 의원은 이동통신사 소관 상임위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었다. 경영고문 위촉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2015년 전후 KT에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법, SK브로드밴드· CJ헬로비전 합병 등 민감한 현안이 많았다. KT의 경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로비 사단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노조가, 국민이 뭐라고 하기 전에 의혹 관련자들 스스로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져야 한다.

누가 KT의 흑역사를 만들어 가는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되풀이된 KT 암흑의 역사는 곧 최고경영자(CEO)의 수난사다. KT2002년 민영화 이후 기용된 수장마다 불명예 퇴진했다. KT는 민간 기업이지만, CEO 선임은 여전히 정치적 이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 이면에는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있다. 국민연금은 12.19%의 지분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대한항공 경영권 박탈사례에서 보듯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KTCEO가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 나아가 정치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다. 이는 KT의 채용비리 문제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KT 새노조는 황 회장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황 회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전 회장들도 정치권 인사 낙하산 기용, 배임횡령 등의 의혹으로 명예롭지 않게 물러났다.

민간 KT’CEO가 모두 중도 퇴진하는 이 불운의 역사를 어떻게 종식시킬 수 있을까. 황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내년 3월 임기 만료와 함께 퇴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벌써부터 KT의 차기 회장이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황 회장은 지난해 정관개정을 통해 CEO 자격 조건인 '경영경험'을 '기업경영경험'으로 바꿨다. 그런 만큼 차기회장에 현재의 사장단 등 내부인사가 기용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분위기다.

황 회장은 그동안 외풍 차단을 강조해 왔다. KT 내부 인사가 회장으로 올라갈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정작 KT는 현직 국회의원 딸 특혜 채용 의혹, 정치 후원금 쪼개기 의혹 등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있다. 외풍을 경계한다는 사람이 정치로비의혹의 중심에 놓여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진작 민영화된 KT를 더 이상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겨선 안 된다. KT 또한 스스로 정치권 개입의 빌미를 줘선 안 된다. 역대 KT 회장에게 과연 온몸으로 정치 적 외풍을 막아내려는 불퇴전의 의지가 있었는가. 정치권력에 의탁해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독립독행(獨立獨行)하라.  그것이 KT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성장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