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도심 피해 큰 속초 전쟁터 방불
인제·옥계 동해안 산불도 강풍으로 진화 어려움

고성속초 산불에 이어 인제 옥계 등에도 잇단 산불로 피해가 커지자 정부가 이 일대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사진은 산불로 전소된 창고건물. KBS뉴스 캡처.

 

시사경제신문=백종국 ]  고성·속초 산불이 강원산불로 번지고 있다. 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밤사이 강풍을 타고 번져 속초 도심지까지 위협하는 한편 인제, 옥계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정부는 45일 오전 9시를 기해 강원도 고성군, 속초시, 강릉시, 동해시, 인제군 일원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오전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방문,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과 관련한 긴급회의를 주재하며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해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강원도 소방본부는 산불이 매우 심각한 단계에 접어들자 대응 3단계를 발령한 상황이다. 산불의 급속 확산으로 막대한 피해가 난 속초와 고성의 각 25개 학교와 20개 학교 등에는 휴업령이 내려졌다.

소방방재청은 이날 오전 서울, 경기, 인천, 충남, 충북, 경북, 세종 대전은 가용 소방차량 및 인원의 절반을, 전북, 전남, 경남, 울산, 부산, 창원, 대구에는 3분의 1을 동원령을 내렸다. 5일 오전 중 고성산불 주불 진화를 목표로 산림청 헬기 21대 등 총 51대의 헬기가 아침부터 투입되어 진화 중이다.

5일 이른 오전 산림 피해 면적은 고성 250㏊, 강릉 110㏊, 인제 25㏊ 등 38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의도 면적인 290㏊를 크게 웃도는 면적이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사망 1명, 부상 10여 명에 주택과 창고 200여 채에 불에 탓으나 재산피해는 계속 늘고 있는 중이다.

특히 강풍을 타고 속초 도심 인근으로 확산된 불은 아파트 밀집 지역인 속초 교동 근처까지 번져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속초시는 산불 발생 지역과 인접한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려 주민들은 영랑초교, 천진초교, 교동초교 등에 마련된 대피소로 피난해야만 했다. 산불의 영향이 크게 영향을 미친 영랑동 장사동 등 속초 북부 일대는 마치 전쟁이 난 것 같은 상황으로 사람과 차량의 통행이 통제됐다.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한 전봇대 개폐기에서의 발화로 추정되는 이번 산불이 이처럼 큰 피해를 몰고 온 것은 최대 풍속 35m ‘양간지풍’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양간지풍은 봄철에 동해안 양양과 간성 사이에 부는 국지적인 강풍으로, 불을 몰고 온다고 해서 '화풍'(火風)으로도 불린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강원 일대 주요 지점의 최대순간 풍속은 초속 17~27m로, 소방당국은 강풍으로 일몰 전 진화에 실패하면서 불이 번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 전날 오후 3시경 강원 인제군 남면 남전리 남전약수터 인근 야산에서도 불이 나 산림 당국은 헬기와 인력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지만 역시 초속 6∼7m의 강풍 때문에 일몰 전 진화에 실패, 피해가 커지고 있다. 강릉 옥계에서 발생한 산불도 강풍을 타고 번져 동해 실버타운, 망상 오토캠핑장까지 집어삼켰다.

기상청은 강풍경보가 내려진 강원 영동 지역에는 오늘 오전까지 초속 20m에서 30m의 강풍이 이어지겠다고 예보해 산불 진화작업은 당분간 고전을 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전 10시경 고성·속초 산불은 거의 잡혔지만 인제와 옥계의 산불 진화율은 50%에 채 못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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