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해결, 온실가스·기후변화와 통합적 접근 필요”

“상담교사·영양교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환경교사’”

 
"미세먼지 근절을 위해서는 환경유해물질이 발생하는 토양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는 에코맘코리아 문명희 본부장. 그는 "환경교사 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사진 김종면 기자

 

[시사경제신문 김종면 기자] 당장 미세먼지 피해를 막으려면 대증요법적인 단기 처방이 필요하겠지만 환경유해물질이 발생하는 토양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온실가스·기후변화와의 통합적 접근 노력이 필요합니다.” 비영리 환경단체인 사단법인 에코맘코리아의 문명희(58) 본부장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아동·청소년 환경교육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져가고 있지만 학교현장에서 환경교육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집단 따돌림 등이 사회문제화되면서 청소년 인성교육이 강화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환경교육은 주요 과목 위주의 교과 편성에 밀려 아예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전문상담교사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전국 초··고등학교와 지역교육청 상담실 등에서 학생들의 정신건강과 복지를 돌보며 인성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로 국민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미세먼지가 사회재난으로까지 규정된 마당에 이를 담당할 환경교사가 전무하다시피 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017년 기준 전국 중고등학교 5,576곳 가운데 환경수업을 진행하는 곳은 496개교, 환경교육학 전공 교사는 28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환경교육을 살리기 위한 환경교육진흥법 개정법도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우리 환경교육의 현실은 여전히 초라하다.

청소년 상담교사 뿐만이 아닙니다. 임용 시험을 통해 선발되는 영양교사도 각급 학교에서 교육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지요. 올해만 해도 400여 명의 영양교사를 선발했습니다. 그런데 이 환경재난 시대에 환경교사가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적잖은 대학들이 환경교육학과를 두고 있지만 전공을 살려 교사로 일할 길이 막막합니다.”

문 본부장이 환경교사제도의 확립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람직한 환경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컴퓨터 교육에 견주어 말하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가 정보기술(IT) 강국이 된 것은 대학에 일찍이 그 관련 학과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정보화 교육을 받은 영향이 크지요. 대학의 전산학과를 안 나왔어도 컴퓨터의 기능을 알고 간단한 프로그램 정도는 직접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적지 않아요. 환경선진국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교 교육과정에 환경과목을 정식으로 넣어야 합니다. 환경과목은 점수화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말이 안돼요. 환경부가 어떻게든 교육부를 설득했어야지요. 지난해부터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자유학년제를 환경교육에 적극 활용해도 좋을 것 같아요.” 그가 제시하는 환경교육의 청사진은 단기간의 가시적 성과를 겨냥하는 속성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지금 시행중인 미세먼지 대책과 환경교육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쏟아냈다. 결론은 역시 제대로 된 환경교육만이 미세먼지 해소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것. “환경부든 산업통상자원부든 국토교통부든 혹은 지방자치단체든 정부에서 내놓은 것은 모두 리스크(risk) 커뮤니케이션교육입니다. 재난을 피하는 요령만 일러주는 것이지요.. 미세먼지를 막는데 KF80이 좋으니 KF94가 좋으니 하는 마스크 논쟁이 무슨 환경교육입니까. ‘공기청정기 만능론은 또 어떻고요. 본질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학교 교육과정에 변변한 환경교과 하나가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자라나는 세대에 생태감수성을 길러줘야 해요. 교육부만이라도 기존의 수박겉핥기식 환경교육과는 차원이 다른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에코맘코리아는 환경부와 함께 ‘365에코라이프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저탄소 생활의 확산과 교육을 위한 실천운동이다. “자신의 사소한 행동 하나가 곧바로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 일상생활이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는지를 수치화한 것이 탄소발자국이에요. 알다시피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탄소발자국 줄이기, 그런 작은 일을 실천하는 것부터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문 본부장은 아이들에게 이 같은 환경개념을 깨우쳐주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통문자 교육이라는 게 있습니다. 거기에는 함정도 있지만 낱개의 음절이 아니라 통으로 받아들이면 어려운 개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지요. 예컨대 지구온난화의 원인물질인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납이나 수은과 같은 유해물질 부류에 속한다고 설명해주는 식이죠.”

그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교사와 어린이, 그리고 부모가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삼위일체 환경교육이다. “아이들에게 공부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덕성을 키워주는, 진정한 의미의 환경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강남 유명 학원가에 가보면 부모가 아이를 픽업하기 위해 차를 세워놓고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일부 초등학교 주변에도 비슷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어요. 공회전 차량이 줄을 서 골목을 잘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아이를 빨리 태워 미세먼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차들이죠. 자기 자식만 소중한 줄 알았지 공회전으로 인한 대기오염은 생각하지 않나요.”

지난 11일자 영국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영국 공중보건국(PHE)은 대기오염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학교 앞 차량 공회전도 금지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세먼지가 공식 국가재난이 된 우리는 그 이상의 조치라도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환경 시민단체들이 내는 비판의 목소리를 고깝게만 들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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