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건축물 설계 독점 삼우건축 등 ‘위장계열사’로 확인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1억원에 약식 기소

삼성 이건희 회장

 

[시사경제신문=백종국 ]  삼성그룹 계열사 건축물의 설계를 도맡아 논란이 됐던 ㈜삼우종합건축사무소와 ㈜서영엔지니어링 등이 삼성의 위장계열사인 것으로 검찰이 결론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18일 공소만료 3일을 앞두고 공정거래법 위반로 이건희 삼성 회장을 법정최고형인 벌금 1억원에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삼우과 ㈜서영은 그동안 삼성의 영향을 받아온 삼성 계열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수십년간 신고 의무가 있는 이 회장은 ㈜삼우와 ㈜서영을 삼성 소속 회사 명단에서 뺀 채 허위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해 왔다.

공정거래법 상 기업집단의 총수는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를 소속회사로 기재해 공정위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삼우는 1979년 설립 이후 삼성그룹 주요 건축물의 설계를 독점하다시피 하며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삼성으로부터 올렸다. 삼성 서초사옥의 설계는 물론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도곡동 타워팰리스, 중국 서안·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삼성전자 반도체단지 등이 ㈜삼우가 설계한 건물들이다.

㈜삼우는 삼성이 일감을 몰아준 덕분에 연 매출 2천억원이 넘는 국내 최대 건축사무소로 성장해 ‘삼성의 위장계열사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공정위는 지난 1997년 삼성과 삼우를 중점관리대상으로 선정하고 1998년과 1999년 두 차례 위장 계열사 의혹을 조사했으나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후 2014년 삼성물산에 설계부문이 인수되면서 ㈜삼우는 삼성 계열사가 됐다. 이 과정에서도 헐값 인수 논란이 일었다.

㈜삼우가 삼성의 위장계열사이고 이들에게 1천억원이 넘는 공사를 삼성이 몰아줬다면, 이 회장은 공정거래법 제1조가 규정한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 방지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원칙’을 위반한 행위를 저지른 셈이 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 측과 ㈜삼우 등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했다”며 “이 회장이 입원 중이라 조사가 불가능했지만 확보된 물증 및 진술 등 증거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4년 넘게 삼성서울병원 VIP 병실에 입원 중이다. 지난해 말엔 차명계좌를 보유하며 수십억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로 검찰에 입건됐으나,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저작권자 © 시사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