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축소 여론 '뚜렷'...논의 못할 이유없어
당리당략 초월, 빠른 개혁보다 바른 개혁이 중요

 

 
 

 

[시사경제신문 김종면 기자] 국회의원 수를 줄인다는 말보다 더 귀가 번쩍 뜨이는 말도 없을 듯하다. 좀 과장하면 어린 아이부터 파파노인까지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은 심각한 수준이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을 판이니 국회의원 혐오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권력을 가진 자에 대한 시기나 질투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국회의원들이 과연 전문정치인으로서 제 잇속을 떠나 나라를 위해 얼마만큼이나 일을 하는지 국민은 묻고 있다. 자업자득이다. 국회의원들로 인한 정치 불신은 어떤 식으로든 해소할 필요가 있다.

자유한국당이 어제(15)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10% 줄여 270명으로 하고, 비례대표제는 아예 폐지하는 내용의 선거제도 개편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야 3당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여온 한국당으로서는 나름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의회정서에 편승한 포퓰리즘인가, 진정으로 정치개혁을 위한 고육책인가.

한국당은 그동안 선거제 개편 논의에 별다른 성의를 보이지 않다가 뒤늦게 기습 파격안을 내놓았다. 얼마나 실현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인지, 진정성이 의심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희의원 정수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폐지하는 논의 자체를 못할 이유는 없다.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은 비례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비례대표는 지역구 진출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사회적 약자나 여성, 전문가 집단 등을 국회로 끌어들여 다양한 여론을 반영하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원들이 얼마나 지역구 의원들이 지니지 못한 전문성을 발휘해 의정활동을 하고, 사회적 약자 보호에 앞장서는지는 의문이다. 비례대표 자리를 지역구 의원으로 변신하기 위한 발판쯤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 자신만의 경험과 경륜을 살려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당리당략의 도구가 돼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튀는 언행을 일삼기 일쑤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국회의원이 됐지'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비례 후보를 얼마나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정하느냐 하는 것도 따져볼 일이다. 자질이 의심스러운 비례대표 의원만큼 우리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는 존재도 없다.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데는 위헌 논란이 따른다. 헌법 제413항에는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헌법학자들 중에는 이 조항은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것으로,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펴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 조항이 국회의원 선거에 반드시 비례대표제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정부 형태까지 고려할 경우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에서는 비례대표제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닌 만큼 위헌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 정치가 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선거제 개편 논의는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한 민심 그대로선거제, 곧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비례성을 강화하는 것만이 정치개혁의 정답은 아니다.  국회의원 정수를 그대로 둔 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지역구 의원을 줄여 비례대표 의원을 늘리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 특정 정당이나 국회의원이 아닌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이 같은 개혁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국민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만을 꼭 정치개혁의 대의로 보지 않는다.

선거제 개편과 관련, 우리 사회에 만연된 정치혐오 분위기에 편승해 포퓰리즘 행태를 보이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정치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연동형 비례대표제만을 금과옥인 양 내세우는 것 또한 순수하게 비치지만은 않는다. 소속 정당이나 국회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국회의원이다. 승자독식의 정치를 막고,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를 마련하는 것은 분명 정치개혁에 속한다. 하지만 국민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국회의원 개혁이다. 선거제 개편 또한 그런 방향으로 논의가 모아져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라는 국민의 요구는 감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런 주장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만도 없다그러나 그것은 명백한 여론의 한 흐름이다. 선거에서 표를 얻은 만큼 국회 의석을 차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검증 안 된 비례대표 의원을 양산하는 것까지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빠른 개혁보다 중요한 것이 바른 개혁이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한이 있더라도 선거제 개편은 졸속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 더 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