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재건축, 재개발 까다로워진다
서울시, 정비계획 수립 전 ‘사전 공공기획’ 신설해 가이드라인 제시키로

 
최근 도시 정비사업에 대한 디자인을 점검하는, 서울시의 '도시·건축 혁신 방안'이 발표되면서 재건축, 재개발을 추진하는 단지들의 사업 추진이 다소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9일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를 출범한 목동 2단지. 백종국 기자

 

[시사경제신문=백종국기자 ]  서울시가 지난 13'도시·건축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서울시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발칵 뒤집혀졌다. 서울시의 '도시·건축 혁신 방안'의 핵심은 앞으로 더 이상 '아파트 공화국' '성냥갑 아파트'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본래 도시계획 사업인 아파트 정비사업을 앞으로 '사전공공기획' 과정에서 공공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해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서울시는 "민간건축물 중에서도 주택 유형의 58%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비중이 크고 높이가 높아서 서울의 도시경관을 사실상 좌우하는 아파트의 폐쇄성과 획일성을 극복해야 미래 100년을 바라본 도시계획 혁명을 실현할 수 있다. 그동안 아파트 정비사업이 지역과의 단절을 초래하고 도시경관을 해치며 수익성이 우선된 단조롭고 획일화된 건축 디자인을 양산했다"면서 단지분할, 층수, 디자인 등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올 초 재건축을 목동·신정동 일대 주공 1~14단지, 정밀안전진단을 준비 중인 마포구 성산시영 등 초기 단지들은 기존의 구상들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미 자체 정비계획을 마련한 곳들도 설계안을 놓고 주민뿐만 아니라 시와도 실랑이를 벌여야 한다. 아직 정비계획이 결정되지 않은 곳은 이 제도를 모두 적용받게 될 전망이다.

서울시의 도시·건축 혁신안에 따르면 구릉지 등 주변 환경에 따라 층수가 조정되고 동일 단지에 고령자 주택 청년·신혼부부형 주택을 넣어야 하며 청년 및 1인 가구를 위한 생활공유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아파트를 지금과는 달리 주변과 소통하는 열린 생활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 아래 대단지는 100×150M의 중소블록으로 나눠야 하며 역세권에서는 상업·업무·주거를 복합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상설계와 공공건축가를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일부 비용은 시가 지원키로 했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초기단계 사전 공공기획을 신설해 선제적인 정비사업 가이드라인을 제공, 심의 단계 도시계획위원회 개최 횟수를 3회에서 1회로, 소요 기간을 20개월에서 10개월로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우선 상반기 중 4개 지역을 선정해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하반기 중 이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아파트 정비사업 전 과정을 전문적으로 지원할 전담조직 도시건축혁신단(가칭)’이 하반기 중 신설된다. 또 도시계획위원회 등 정비사업 관련 위원회 위원 중 총 50명 내외로 공공기획자문단도 구성한다. 앞으로의 정비사업은 사업별 주관부서를 중심으로 도시건축혁신단공공기획자문단이 한 팀이 되어 계획의 일관성을 유지한 가운데 추진하게 된다는 게 서울시 방침이다.

하지만 이러한 서울시의 방침이 발표되자 재건축 단지와 건설사들은 보수 신문들을 통해 도시 ·건축 혁신 방안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하며 흠집 잡기에 나섰다. 정비사업의 초기 진입장벽을 높이고 건물 부지가 줄어들어 사업성이 낮아진다는 것이 주요 불만이다.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시공사를 선정한 단지도 설계안 변경에 어려움을 겪고 민과 관이 새 가이드라인을 높고 실랑이를 벌이면서 사업이 늦어질 거란 불평도 쏟아냈다.

서울시가 이번에 내놓은 방안들은 이미 뉴욕 보스턴 상하이 등 선진 대도시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늦은 감이 있다. 그동안 수익성 우선으로 무분별하게 진행되어온 재건축과 재개발을 선진적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비사업에 인센티브가 없고 사업성이 떨어지면 주민들이나 건설사가 나서지 않을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아무리 휘황한 100년 후의 미래를 꿈꾸어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지금보다도 쇠락한 도시경관이 연출될 수 있는 것이다. 시범사업 기간에 이 같은 문제들이 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구로에서 빌라 단지 재건축을 추진 중인 한 시민이 한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재건축을 해보았는가. 매번 바뀌는 규정에 맞추느라 기간은 하염없이 길어지고 분담금은 늘어만 간다. 차라리 박원순 시장 퇴진운동을 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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