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도시재생에 미래를 묻다 (2)젠트리피케이션은 숙명인가
[기획] 도시재생에 미래를 묻다 (2)젠트리피케이션은 숙명인가
  • 김종면 기자
  • 승인 2019.03.14 1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대료 폭등에 상권 위축, 도심 ‘재슬럼화’ 우려
‘둥지 내몰림’ 악순환 고리 끊을 근본 대책 필요
도시재생사업은 낙후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망의 사업이다. 하지만 과도한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사진은 젠트리피케이션 후폭풍에 시달리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거리 모습. 사진 김종면 기자
도시재생사업은 낙후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망의 사업이다. 하지만 과도한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사진은 젠트리피케이션 후폭풍에 시달리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거리 모습. 사진 김종면 기자

[시사경제신문 김종면 기자] 요즘 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말보다 더 입길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도 없을 듯하다. 도심의 노후 지역이 재개발돼 도시 기능이 활성화되면 주거비와 임차료가 올라 기존 주민들이 그 지역을 떠나게 되는 현상이 젠트리피케이션이다. 귀족 다음의 계층인 신사계급 사람들을 일컫는 젠트리(gentry)’라는 말에서 파생된 이 말은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처음 사용했다. 런던 서부의 첼시·햄프스테드 등 하층계급 주거지역에 중·상류층 사람들이 몰려들어 고급주거지로 변모함에 따라 기존 주민들이 떠나고 지역 전체의 구성과 성격이 변화하는 현상을 설명하면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

영국에서 50여 년 전에 공론화된 젠트리피케이션이 지금 우리에게 화두가 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가장 두드러진 지역으로 우선 꼽히는 곳이 홍대 인근 상업지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 망원동, 이태원 경리단길, 신사동 가로수길, 삼청동 등이다. 구도심이 문화와 예술, 유행의 거리로 번성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서울시의 북촌 가꾸기같은 것도 북촌의 역사와 가치를 알리고 주민의 생활권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도시공간은 시민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와 문화를 읽어낼 수 있는 중요한 텍스트다. 지역적 특성을 잘 살린 생동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도시재생이 지향하는 목표다. 그러나 도시 고유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살리기 보다는 상업적 동기를 앞세운 업소들이 대거 유입돼 '핫 플레이스'로 바뀌면서 재생된 도시는 적잖이 빛을 잃었다. 임대료가 폭등함에 따라 원주민이 이탈하는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복궁과 청와대 인근이라는 '관광 이점' 이 있는 삼청동은 북촌, 인사동과 함께 인기 관광코스로 찾는 이들이 많아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의 우려까지 낳았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가파르게 상승한 임대료 때문에 상인들이 하나둘 떠나자 건물주들이 스스로 임대료를 내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반값 임대료를 내세운 곳도 있다. 이제 와서 임대료를 내린다고, 음식점들이 할인 메뉴를 개발한다고 지나간 버스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삼청동에서 더는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없는 한 옛 명성을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2013도시재생특별법이 제정돼 개발이 아닌 재생으로 도시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된 이래 꾸준히 진행돼 왔다. ‘도시재생 뉴딜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부동산 공약 가운데 하나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 문 대통령은 젠트리피케이션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으로 공공임대 주택을 포함한 저소득층 거주공간 확보 영세 상업공간 확보 의무화 임대료를 일정 수준 이하로 묶을 수 있는 규정 마련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없는 도시재생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무작정 막기 보다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적절히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지적한다.

2018년 도시재생사업의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담은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시행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 등이 상생협약을 체결해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젠트리피케이션이 결국 임대차 문제임을 감안하면 법률이 보호하는 임대차 기간을 늘리거나 임대료 인상 상한율을 내리는 조치만으로도 상당한 억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도시재생지역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지자체장 등이 자발적으로 체결하는 상생협약 표준안을 고시했다. 임대료 안정화, 임대차 기간 조정, 이행시 우대조치 등이 골자다. 상생협약 표준안을 마련해 기존의 영세한 상인들이 임대료에 치여 밀려나는 둥지 내몰림현상을 막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표준안에 따르면 임차료의 인상률은 상가임대차보호법상 상한율인 5% 이하로 하고, 계약갱신요구권은 현행법이 정한 기간인 10년 이상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임차인에게 사뭇 유리하다. 반면 지자체장은 임대인에게 용적률·건폐율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도시재생지역에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영세 상인들에게 임대하는 상생협력상가도 조성된다.

그러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전국 표준지 50만 필지의 공시지가도 지난해보다 9.42% 올랐다. 2008년 이후 최대치다. 이처럼 표준지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면 임대료가 오르고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원주민들은 또 다시 외부로 쫓겨날 가능성이 크다. 도시재생사업에 숙명처럼 따라 붙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도시의 활력을 높인다는 도시재생사업의 원래 취지로 돌아가야 한다. 도시의 슬럼화를 막자는 게 도시재생사업인데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원주민이 둥지에서 내쫓기고 도시가 다시 흉물스럽게 변한다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바야흐로 도시재생의 시대다. 법과 제도만으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공공의 이익을 생각할 때다. 나만을 위해 쌓아올리는 욕망의 바벨탑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취재본부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41길 11 (당산 SK V1 center) W동 905호
  • 본 사 : 서울시 양천구 목동중앙본로 18길 69 2동 402호
  • 대표전화 : 02)2645-3337
  • 팩스 : 02)2654-03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원금희
  • 명칭 : 주식회사 시사경제신문사
  • 제호 : 시사경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10762
  • 등록일 : 2003-03-03
  • 발행일 : 2003-06-23
  • 발행인 : 정영수
  • 편집인 : 정영수
  • 시사경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시사경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sisanews.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