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조건 조정해 제3 입찰에 나선다는 방침
중복투자 논란에 정부 조정 가능성도 있어

서울시가 지난달 유찰된 마곡 MICE복합단지에 대해 조건을 조정해 재입찰할 방침이지만 중복투자 논란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이미지는 마곡 MICE복합단지 조감도. 서울시 제공

[시사경제신문=백종국 ]  서울시는 연간 35조가 넘는 예산으로 다양한 사업들을 펼친다. 서울시의 사업은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전방위적이다. 그 사업은 서울시 및 자치구의 인프라 그리고 시민과 구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민들의 예산으로 만들어지는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사업의 실효성이 있는지 시리즈를 통해 점검해본다. 백종국 기자 

 

강서구의 모습을 바꿀 마곡지구 MICE복합단지가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해져 있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는 마곡 MICE복합단지 특별계획구역 건설사업 민간사업자 공모가 지난달 27일 최종 유찰되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마곡 MICE복합단지 특별계획구역은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9호선 및 공항철도 마곡나루역 사이 트리플 역세권에 위치한 82,724의 마곡 특별계획구역에 전시·컨벤션, K-팝 공연을 비롯한 문화·예술공연 등 다양한 MICE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201210월 구역 지정됐다.

마곡에는 대기업 49개 중소기업 101개 등 국내외 우수기업 150개가 입주계약 한 데다, 1,000여 개의 강소기업이 입주·성장할 수 있는 R&D센터 등을 조성할 예정이어서 향후 국제회의 신기술홍보 기업행사 등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MICE 복합 인프라를 조속히 공급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계획은 지난해 7월과 112차례에 걸친 민간사업자 공모에서 사업신청자가 하나도 나서지 않음으로써 어려움에 봉착했다. 사업 참여에 관심을 보인 업계관계자들은 9,900억 원에 달하는 토지비를 우선 부담으로 꼽았다고 전해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지역 업무지구 평당 단가가 6,000만 원인 점을 들어 약 1조 원에 달하는 땅값이 비싼 것은 아니라고 했다. 시세 15000억 원에서 오히려 5,000억 원을 깎아주었다는 논리다. 다만 규모가 커서 누군가 선뜻 나서기 힘들다는 점은 인정했다.

서울시는 당초 초기 재정부담 완화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원을 20개사로 생각했으나 의견 합치와 관리의 힘듦을 이유로 10개사 이내로 제한했다. 대기업이 2,000억 원 정도씩 토지대금을 대면 무난하다고 생각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예상이 빗나갔다. 오피스텔 등 투자자금 조기 회수를 위한 분양시설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 되었다.

서울시는 마곡 MICE복합단지 유찰에 대해 관련 업계의 의견 수렴 등 유찰 원인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하고 공모지침 수정·보안 등 대응책을 마련해 연내 사업자 공모를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시기는 6월 이후가 될 전망이다. 토지비는 유지하되 컨소시엄 구성원 수를 20개 가까이 확대하고 초기투자자금 회수를 위한 분양시설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서울시가 공모사업자를 확정하더라도 문제점은 남아 있다. 현재 MICE산업에 대한 중복투자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가 중복투자 논란 때문에 지난해 발표해야 했던 일산 킨텍스 제3전시장 확장에 관한 예비타당성 결과를 아직까지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임기 들어 MICE 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해오고 있다. 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를 융합한 MICE산업은 방문객의 지출이 일반 관광객의 1.8배에 이를 정도로 부가가치가 큰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서울시는 그간 MICE 산업에 적극 투자해 지난해 186건의 글로벌 MICE 유치에 성공했고 MICE 산업의 기반인 서울시 민관협의체 서울MICE얼라이언스회원사도 299개 사로 늘렸다. 지난해까지 무려 4년 연속 ‘Best Mice City’3년 연속 세계 3위 국제회의 개최도시로 선정되는 쾌거도 거두었다.

서울시의 전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MICE 세계 1위 도시를 목표MICE 유치를 위해 과연 이래도 되나 할 정도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건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서울시는 강서지역 마곡 MICE복합단지와는 별도로 강남 코엑스에서 잠실운동장에 이르는 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에서도 MICE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서남권과 동남권에서 동시에 MICE단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MICE산업에 관한 한 정부로부터 한 푼도 지원받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중복투자 논란과 관련해 일절의 양보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기획재정부가 고양시 추진 킨텍스 제3전시장 예비타당성 조사가 발표되지 않는 것은 서울시의 입김이 작용해서일 수도 있다.

서울시가 유리한 입장으로 보이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 허가가 나면 마곡 MICE복합단지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산 킨텍스와 피 튀기는 고객 유치 싸움을 벌여야 한다. 지난해 2단계가 완공된 인천의 송도컨벤시아와의 유치 경쟁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당장,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는 관련 사업자들이 3차 입찰에서도 과연 선뜻 나설 수 있을지 걱정된다. 정부가 중복투자를 이유로 국가적 차원에서 강하게 조정에 나서는 것도 서울시에 불리한 입장이 조성될 수 있다. 이래저래 마곡 MICE복합단지의 향배에는 변수가 많고 그런 만큼 그 귀추가 주목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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