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 우리에겐 ‘기회’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 우리에겐 ‘기회’다
  • 김종면 기자
  • 승인 2019.03.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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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매머드 조선사 탄생, 글로벌 경쟁력 강화
'완전한몸'까진 먼 길…기업결합심사· 노조 설득 과제

 

김종면 논설위원.
김종면 논설위원.

[시사경제신문=김종면 기자] 국내 조선업이 새로운 도약대에 섰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지난 8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계약서에 서명하고 본격적인 인수합병(M&A) 절차에 들어감에 따라 새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이로써 국내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의 빅3 구도에서 빅2 체제로 바뀌게 됐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지분을 현대중공업에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한다. 두 회사의 기업결합이 마무리되면 한국은 세계 최대의 조선그룹을 거느리는 조선대국의 위상을 갖게 된다.

국내 조선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하지만 오랜 경기 침체와 우리 업체들끼리의 고질적인 출혈경쟁으로 도약의 돌파구를 찾지 못해왔다. 2018년 말 기준 수주잔량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각각 글로벌 1, 2위로 두 회사의 수주잔량을 합치면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이 21.2%로 늘어나 세계 3위 일본 이마바리(今治) 조선과의 격차를 두 배 이상 벌리게 된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초대형 조선사가 탄생하면 국내 업체들끼리 저가수주 경쟁을 벌이는 관행 아닌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중복 투자와 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걸림돌이 한 둘이 아니다.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려면 적어도 1년 이상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경쟁국들의 견제가 만만찮을 것이다. 한국에 조선업 선두 자리를 내준 일본은 이미 한국 정부가 조선업계에 부당한 공적 자금을 지원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향후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독과점 시비가 일어날 수도 있다. 단순 선박수주량으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세계 조선업 시장점유율이 21% 선이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경우는 50%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일자리 지키기를 명분으로 내세운 노조의 반발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합병 반대 파업을 결의하고 본격적인 투쟁에 나섰다. 세계 조선업 업황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노조가 추가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 불안을 우려하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매각 자체를 백지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대우조선의 역사는 파란만장하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면 대우조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답이 나온다. 노조는 가볍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 대우조선은 1990년대 말 이른바 대우사태가 발생해 대우중공업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2000년부터 산업은행 등의 지원을 받아왔다. 그동안 들어간 공적 자금이 10조원을 넘는다. 애물단지같은 기업의 처리를 두고 국론 분열의 양상마저 빚어졌다. 국가 경제를 휘청거리게 할 수도 있는 기업을 망하게 내버려둘 수 없으니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언제까지 국민 혈세로 부실기업의 뒤치다꺼리를 할 것이냐는 분노의 목소리도 높았다. 지금 우리 국민의 정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결국 대우조선은 20년 만에 인수합병을 통해 새 주인을 맞게 됐다. 의미심장한 일이다. 이제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동안 국민이 겪은 부담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노조는 최소한의 고통 분담 의지라도 보여야 한다.‘ 총고용 규모 보장만 외쳐서 될 일이 아니다.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경영행위마저 부정하려 해서는 안 된다.

대우조선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거제 지역의 정서는 착잡할 것이다. 인수합병으로 말미암아 또 다시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지역경제가 위축된다면 그것은 재앙이다.

IMF 외환 위기마저 모르고 지나갔다던 조선업의 도시거제다. 그러나 옛 영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거제의 지역경제는 위축됐다. 조선소 불빛이 하나 둘 꺼졌다. 사람들의 얼굴은 퇴락한 조선소만큼이나 음울했다. 우루과이 작가 후안 카를로스 오네티의 소설 조선소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라르센은 5년 만에 산타마리아로 돌아온다. 이웃 도시에 있는 조선소 사장의 외동딸과 결혼해 그의 유산을 물려받고 좌절된 삶을 역전시키려는 속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조선소는 이미 파산하여 장부상으로만 존재하는 셈이고 회사에 남은 직원들은 조선소의 물품을 팔아 구차한 삶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산타마리아, 그곳에 희망은 없다. 비관을 넘어 허무하기까지 한 폐허의 공간이다. 다시 고난의 시절로 돌아가려 하는가. 더 이상 산타마리아, 아니 활력 잃은 거제에 머물 수는 없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국내 조선업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대우조선으로서는 마지막 회생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2008년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 중도 포기 사례도 있는 만큼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누가 뭐라 하기 전에 노조가 먼저 조선업의 미래를 위해 합병작업에 힘을 보탤 수는 없는가. 그것이 먼눈으로 볼 때 옳은 선택이다. ‘오늘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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