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면 논설위원.
정부가 연일 수도권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 미세먼지가 저절로 사라지기만을 기다리는 형국이니 지난 시절 하늘을 쳐다보며 비 오기만을 기다리던 천수답 농부의 신세 같다. 봄철 편서풍을 타고 중국의 오염된 공기와 황사가 몰려오면 그야말로 ‘재난’이다.
 
공공기관 차량 2부제, 2.5t 이상 5등급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석탄화력발전 출력 20% 감축, 일부 사업장 단축 운영 등 손 쓸 수 있을 만한 조치는 다 취했지만 갱무도리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느니 모든 걸 중국 탓으로만 돌린다느니 이참에 탈 원전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느니 말들이 많다.


그러나 '제 얼굴에 침 뱉기' 식의 그런 '비판을 위한 비판'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모든 난제가 그렇듯 미세먼지 문제 또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잘 알다시피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이다. 폐렴이나 폐암은 물론 심근경색, 부정맥, 뇌졸중, 심지어 치매 증상까지 유발한다. 우리는 이 ‘'악마의 물질을 일상적으로 들이마시며 살고 있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정부는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에 범정부적이거나 근원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미세 먼지를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 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시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환경부는 부랴부랴 서해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했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무엇이든 시도해 보는 데서 의미를 찾는다면 모를까 국민이 원하는 것은 그런 보여주기 식 졸속대책이 아니다.

이쯤이면 정부는 문자 그대로 초비상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일부 반발은 있겠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차량 2부제를 시행하든, 노후 경유차 운행을 전면 중단하든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민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소소한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한 경계도 늦춰선 안 된다. 숨어 있는 다양한 배출원을 찾아내 체계적인 관리와 점검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좀 결을 달리하는, 아니 달리 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 있다. 일각에서는 전국 미세먼지 배출량의 14%를 차지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비롯한 대기오염 물질 배출 시설 가동을 전면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편다. 현재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될 경우 일부 석탄화력발전기 출력을 최대 성능의 80%로 제한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기되는 것이 탈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화력 발전을 대신해 원자력 발전량을 늘리면 미세먼지가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손쉬운 처방일지는 모르지만, 탈 원전의 핵심 가치를 생각하면 온전히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바람직한 처방은 아니다. '먼지의 감옥', 그 묵시록적 풍경을 어떻게 영원히 떨쳐낼 수 있을까.

 

 

저작권자 © 시사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