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열사의 공적 폄하하기 안 돼
제2, 제3의 유관순을 발굴하고 널리 알려야

죄수복을 입고 복역 중인 유관순 열사.

 

[시사경제신문=백종국 ]  정부가 제100주년 삼일절을 맞아 유관순(柳寬順 · 류관순) 열사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가 서훈하기로 결정하고, 삼일절 중앙기념식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유관순 열사 유족에게 훈장을 직접 수여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유관순 열사가 3·1운동으로 국민의 올바른 역사관과 애국정신 함양에 공헌하고, 비폭력·평화·민주·인권의 가치를 높이고 국민통합에 기여한 공로로 기존 독립운동 공적과 별개로 1등급 대한민국장을 수여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동안 유관순 열사에게 수여된 건국훈장인 3등급 독립장의 훈격이 낮아, 3·1운동 100주년을 계기로 최고 훈장인 대한민국장을 수여해야 한다는 국민청원, 국회 특별법 제정 노력 등 사회 여러 분야의 국민적 열망이 있었다고 정부는 부연했다.

그런데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피우진 보훈처장이 유관순 열사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가 서훈하기로 발표하는 과정에서 SBS 청와대 출입기자와 설전을 주고받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날 SBS 김정윤 기자는 학계 일각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시는 분들이 많다. 유관순 열사가 3등급인 것을 1등급으로 격상했는데,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은 여전히 3등급이다. 특별히 유관순 열사만 1등급으로 상향하면 다른 유공자나 후손들 입장에서 형평성을 당연히 제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피 처장은 유관순 열사를 두고 올바른 역사관과 애국정신을 길러 국민통합에 기여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기 수여된 건국훈장 독립장의 품격이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최고 훈장인 대한민국장을 수여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있었고, 이는 국민청원, 국회 특별법 제정 노력 등의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관순 열사의 자유평등인권정신을 인정하고 기리는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김 기자는 훈장 수여 기준이 매우 자의적이고, 상훈법 5조를 들어 동일 공적에는 추가 서훈을 못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둘의 설전은 세세한 부분에서 잘못된 표현으로 인해 불거진 있는 듯하다. 피 처장은 추가 서훈을 수여하는 것이라 하면서 굳이 기존에 수여한 3등급 독립장의 훈격이 낮다고 말했다. 3등급 독립장을 받은 독립지사의 유족으로서는 본의 아니게 유관순 열사와 비교 당하고 지위가 격하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김 기자도 유관순 열사의 독립운동 공적에 3등급 판정된 상태를 없애고 서훈하는 게 아니라 추가로 서훈하는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에 보다 주목해야 했다.

유관순 열사에 대한 논란은 해방이후부터 꾸준히 있어 왔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신여성이자 계몽운동가인 박인덕이 일제 강점기 말리 친일행적을 숨기기 위해 유관순을 미화, 신화화를 통해 시도했다는 의혹이 있다.

"류관순의 존재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해방 후 박인덕의 주도로 기념사업이 추진되면서부터였다."(위키백과)

일부 개신교 세력이 개신교계의 친일 전력을 덮고 선교 전략에 개신교 신자인 유관순을 악용했으며, 이화학당을 알릴 인물을 찾던 이화학당이 박인덕의 소개로 많은 독립운동 중 유관순을 소개받고 그 우상화를 통해 자신들의 친일행위를 덮으려 했다는 기록도 나온다.

유관순 열사가 지역적인 인물에서 전국적인 영웅으로 떠오른 것은 교과서에 등재된 이후로 보인다. 386세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유관순을 교과서로 배웠다. 자세한 내용이 소개되진 않았지만 우리 국민이 유관순을 대표 '애국지사'로 기억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유신정권이 국민통합을 위해 유관순을 급조해 영웅으로 만들었다는 시각을 지닌 사람들도 있다.

18세의 나이에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간 유관순 열사. 티끌마저 낄 틈이 없던 그 짧고 강렬한 삶은 '한국판 잔다르크'로 직조하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마케팅적 차원의 인위적인 개입이 존재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기에 유관순 열사의 공적사항에는 부작용과도 같은 이견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관순 열사가 지금의 현실에서 이룬 업적은 대단하기 그지없다.

유 열사가 국민통합과 청소년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비폭력·평화·민주·인권의 가치를 드높이고 확산시켰다는 평가다. 10대 청소년의 84%과거에 태어났다면 독립운동에 참여했을 것이며, ‘가장 존경하는 독립투사는 유관순(60.5%)’ 이라 답변(한겨레신문 2019.1.1 보도)할 정도이다.

유 열사는 해외에도 소개돼 미국 뉴욕주 의회는 지난 1월에 31일을 유관순의 날로 지정하는 제정 결의안 채택했으며, 미국 뉴욕주 나소카운티는 2월 유 열사의 자유,평등,인권정신을 지역 내 청소년들에게 교육하고자 유관순 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그를 악용한 사람들을 비난할 순 있어도 지금에 와서 유관순 열사를 우리 스스로가 깎아내릴 필요가 있을까. 우리의 과제는 제2, 3의 유관순을 발굴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992년부터 '이달의 독립운동가'를 매월 선정, 홍보해오고 있다. 삼일절뿐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독립운동가들을 살피고 그들의 행적을 본받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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