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지난 1월 29일 미상원에서는 주목할 만한 청문회가 있었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는 국가정보장인 댄 코츠(Dan Coats)를 비롯한 주요 정보기관장들을 불러놓고 북한 문제에 대한 비공개 청문회를 가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북한이 대량파괴무기(WMD) 역량을 유지하려 할 것이고, 핵무기와 생산능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이는 두 번째 미국과 북한간 정상회담 일정이 결정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을 매우 난처하게 했다. 청문회 소식이 보도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주특기인 트위트를 통해 정보기관 수장들을 겨냥해 “학교로 다시 돌아가 배우고 오라”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최상이다”고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 미정보기관, 북한핵포기 난망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한목소리로 북한 핵포기에 대해 회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지만, 국가정보의 최상위 사용자인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 다른 정보를 보고할 수 있는 미국 정보기관의 프로페셔널리즘이 놀랍다. 현재 미국의 정보공동체 시스템은 2001년 9.11 사건 당시 테러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아니냐는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구축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경쟁적이면서 협력적인 정보공동체 운영을 위해 국가정보장이라는 자리가 만들어 졌다. 이 자리는 대통령 직속인 중앙정보국과 달리 장관급이지만 대통령 직속이 아니어서 국가정보기관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했다. 

▲ 국정원, 미북핵협상 장밋빛 전망
그런데 공교롭게도 미상원 정보위원회가 있었던 1월 29일(시차를 따지면 한국이 하루 늦었지만) 우리 국회에서도 정보위원장이 국정원장으로부터 북한 관련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국정원장은 미북 양측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제반 사항을 폭넓게 논의했고, 상호 만족감을 보이고 있어서 향후 비핵화 협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는 것이다. 미북간에는 아직도 ‘협의’는 있었으나 ‘합의’는 없는 상태인 것을 보면 국정원장의 정보위원회 보고가 다분히 희망적 판단이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

▲ ‘정보의 정치화’는 독약
정보기관이 정책결정자의 입장과 너무 무관하게 정보를 보고하게 될 때, 정책결정자로부터 진실을 외면당할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에 정책결정자의 입장과 밀착된 정보보고는 ‘정보의 정치화’ 현상을 발생시켜 국가 공동체의 명운이 걸린 국가안보정책이 길을 잃게 할 수 있다. 지금이 그러한 때다. 김정은은 과연 핵포기를 결심했는데, 인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할 경제발전을 위해 그 값을 높게 받으려는 협상에 임하고 있는 것인지, 한반도 비핵화라는 추상적 선언으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영향력 안에 두고 좌지우지 하려는 전략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판단을 기초로 북한 핵포기 전략을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현시점에서 국가정보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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