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연명의료 결정 이행자는 3만6000여 명
임종과정 판단받은 사람 59%는 암환자

 

 

[시사경제신문=백종국 ]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위해 등록기관을 방문한 박○○(70세, 여) 씨는 환한 얼굴로 "연명의료 안하겠다는 문서를 작성하려고요"라고 말했다. 박 씨는 오랜 투병 끝에 병원에서 떠난 남편의 삶을 보며, 연명의료는 받고 싶지 않다는 확고한 결심이 들었다고 했다. 자식들은 반대하거나 부담스러워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자기가 알아서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극적인 홍보마저 부탁했다.

말기 직장암으로 투병 중이던 이○○(62세, 남) 씨는 침대에 누워 치료만 받으며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이 씨는 남은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기 희망하면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다. 하루라도 더 나답게 살고 싶어서 한 결정이라며, 회생 가능성이 없다면 환자에게 정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2월 4일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처음 시행된 이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국민이 11만 명을 넘어서고, 3만 6000여 명이 연명의료 결정을 이행했다고 밝혔다.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및 항암제 투여의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만을 연장하는 것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의 사람이 사전에 연명의료에 관한 본인의 의사를 문서로 밝혀두는 것이다.

지난 1년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시행 1년 동안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11만 5259명이었다. 전체 작성자 중 성별로는 여성이 7만 7974명(67.7%)으로, 남성 3만 7285명(32.3%)에 비해 2배 이상 많았고,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연령층이 9만 7539명으로 대다수(84.6%)를 차지했다.

지역별 작성자는 경기(27.2%), 서울(26.1%), 충남(8.9%) 순으로 많았으며, 지역 내 인구 수 대비 작성률로 산출하였을 때는 충남, 전북, 대전, 서울, 경기 지역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법 시행 후 1년 동안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해 연명의료 결정을 이행(유보 또는 중단)한 경우는 3만6224명이었다.

전체 대상자 중 성별로는 남성이 2만 1757명(60.1%)으로, 여성 1만 4467명(39.9%)에 비해 1.5배 이상 많았고,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연령층이 2만 8519명으로 상당수(78.7%)를 차지했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주요 질환으로는 암(59.1%)이 가장 많았으며, 호흡기질환(15.3%), 심장질환(5.8%), 뇌질환(5.4%)이 뒤를 이었다.

전체 이행 건 중 가족 결정에 따른 경우가 67.7%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한 경우인 32.3%보다 높아 아직까지는 가족 중심의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상당수는 상급종합병원(60.9%)과 종합병원(35.6%)에서 연명의료 결정을 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결정법은 말기환자의 대상질환을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등 4가지로 한정했던 것을 삭제해, 질환에 관계없이 모든 말기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해 올해 3월 28일부터 시행된다. 또 연명의료결정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가 필요했던 것을 개정해,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의 합의만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 같은 날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적정한 관리를 위해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을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으로 지정하여 운영 중이다. 전국 총 290개소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에서 국민 누구나 평소 연명의료에 관한 의사를 미리 밝혀둘 수 있도록 지정했다. 연명의료 결정 및 이행 업무를 수행하려는 의료기관이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토록 하여, 총 173개소에서 등록하였다. 행정적·재정적 이유로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직접 설치하기 어려운 의료기관은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공용윤리위원회를 지정하여, 총 8개소가 운영 중이다.

보건복지부 이수연 생명윤리정책과장은 “1년간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적용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국민들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등록기관을 추가 지정하고 지정된 등록기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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