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다영 변호사
(법무법인 이헌)

이혼 상담을 청하는 많은 의뢰인들이 마치 공식처럼 가져오는 입증 방법이 부부싸움 후 받아 둔 각서다. 이러한 각서에는 보통 배우자 일방이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면서, 이혼 시 지급할 위자료와 재산분할 방법이 적혀 있다. 그렇다면 재판상 이혼을 할 경우, 위와 같은 내용의 각서는 그대로 효력이 있는 것일까.

A와 B는 1992년 10경 이혼에 따른 위자료 및 재산분할 명목으로 B는 A에게 오천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같은 해 11월 A는 B를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삼천만 원, 재산분할 명목으로 오천만 원을 청구하는 내용의 소를 제기한 후 이를 다시 취하했다. 하지만 이번엔 B가 A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해 승소 했고 1993년 6월 이혼판결이 확정됐다.

그러자 A는 다시 1992년 10월 작성한 각서의 재산분할약정을 청구원인으로, B에게 이미 지급한 삼천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이천만 원을 지급하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B는 A에게 각서의 약정대로 나머지 이천만 원을 지급하라며 A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 법원과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차 당사자 사이에 협의상 이혼이 이뤄질 것을 조건으로 하여 조건부 의사표시가 행하여지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럼으로 협의 후 당사자가 약정한 대로 협의상 이혼이 이뤄진 경우에 한해, 그 협의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지, 어떠한 원인으로든지 협의상 이혼이 이뤄지지 아니하고 혼인관계가 존속하게 되거나 당사자 일방이 제기한 이혼청구의 소에 의해 재판상 이혼이 이뤄진 경우에는, 그 협의는 조건의 불성취로 인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각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다23156 판결 참조).

따라서 반성하는 의미로 각서를 작성하고 다시 혼인생활을 일정기간 이어 나가거나 재판상 이혼을 하는 경우에, 위와 같이 재산분할 약정을 한 각서는 효력이 없다.

재산분할청구가 있는 경우 가정법원은 민법 제839조의 2에 따라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룬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게 된다. 부부 사이에 작성된 재산분할각서는 기타 사정으로 참작될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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