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술원에서 훈련하고 있는 프로선수들과 관계자들

온갖 무술 종목 가르치는 특이한 체육관
전통성 비판 받다 실력으로 유명세 떨쳐
외국까지 뻗친 명성…“프로 무대 만들 것”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한국무술원은 특이한 체육관이다. 일반적인 체육관은 종목이 정해져 있는데, 한국무술원은 종목을 정해두지 않았다. 아니 사실상 입식격투기 분야의 핵심적인 종목들은 모두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심지어 검도까지 배울 수 있으니 말이다.

이 같은 독특한 운영 방식은 이정호 관장이 실제로 대부분의 무술 종목들을 직접 배우고 나름의 방식으로 연구해 자신만의 무예에 대한 철학을 담아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관장은 중학교 1학년 시절 합기도를 시작으로 태권도, 특공무술, 복싱, 무에타이, 우슈, 쿵푸, 검도 등은 물론, 전통 무예 중 하나인 수박까지 익혔다. 대학에서는 학술적인 연구에도 매진했다.

한 때 한국무술원은 관원수가 160여명 이상,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25인승 버스를 2대나 대절해야 할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현재는 프로 선수들이 뛸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기 위해 이 관장이 대외 활동에 집중하면서 관원수가 다소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무술원에는 입식 격투 분야의 다국적 챔피언들이 즐비하다.

한국무술원은 이정호 관장이 섭렵한 다양한 격투 종목을 가르치고 있다

“저 체육관은 사이비 중 사이비다”
이 관장이 처음 체육관을 연 시점은 1999년이다. 이 관장은 처음부터 이처럼 많은 종목의 무예를 가르쳤다. 하지만 이 관장이 체육관을 연 당시 무예 산업은 전통성을 따지는 문화가 팽배했다. ‘누구의 제자다’. ‘누구의 스승이다’. ‘나의 계파는 어디다’라는 식의 전통을 중시했다.

이 같은 무예 산업의 분위기 속에 이 관장의 운영 방식은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였다. 체육관 사이에서의 경쟁에서도 이 관장은 철저한 아웃사이드였다. 처음 체육관을 열고 인근 관장들이 찾아와 전통성을 따져 물었지만, 이 관장은 독학으로 무예들을 섭렵해 왔기 때문에 그들의 시선에서는 전통성 없는 사이비에 불과했다.

실제로도 근처 관장들은 관원들의 학부모들에게 이 관장의 운영 방식을 비판하기도 했고, 전통성이 없어 불안하다는 식의 소문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관장은 이 같은 편견을 실력으로 극복했다. 처음 체육관을 열고 1년도 안되어 전국대회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또한 다양한 종목을 배울 수 있다는 재미가 인기를 끌면서 관원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우즈베키스탄 프로복싱 챔피언 출시 네오닉과 한국 챔프 출신 김충현 선수의 미트치기 훈련
이집트 킥복싱 챔피언 출신 아메드와 하창민 선수

독특함을 넘어서는 독특한 훈련
한국무술원은 특정 종목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종목을 배울 수 있다는 독특한 운영 방식에다 또 독특한 훈련법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 번 운동을 시작했다면 몸이 지칠 때까지 땀을 흘려야 한다는 이 관장의 철학이 그대로 훈련방식에도 접목됐다.

이를테면 무더운 한 여름에 창문을 닫고 난방기기까지 틀면서 이열치열의 끝을 달린다거나 계곡을 찾아 수중 발차기에 매진하도록 하고, 간혹 체육관 바닥에 쌀을 뿌려 시간 내 가장 많이 줍는 관원에게 혜택을 주는 식이다. 산을 뛰어다니거나 나무를 차는 등의 훈련은 예사였다.

이에 대해 이 관장은 “흰띠로 시작해 흰띠로 내려온다는 말은 끈기와 노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터득이라는 말을 할 수 없는 것이 무예”라며 “지금까지 해 온 독특한 훈련 방식들이 모두 끈기와 노력을 키우고자 했던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끈끈한 패밀리 정신으로 관원들이 똘똘 뭉쳤다”고 설명했다.

나이지리아 킥복싱 랭킹 2위 로나루스 선수와 여성 지도 관장인 김지연 코치 겸 감독

세계적인 인지도의 한국무술원
오늘 날 한국무술원은 다이어트를 위해 다니는 아주머니에서부터 학생들, 프로 선수의 길을 걷고자 하는 유망주, 입식 격투기 분야의 챔피언 등 다양한 계층이 모여들었다.

특히 한국무술원에는 다국적 챔피언들이 훈련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관장은 해외에 체육관을 홍보한 일이 없는데도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다양한 나라에서 모여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생계의 문제로 한국에서 일을 하게 된 각국의 프로 선수들이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곳을 수소문하다 한국무술원에 모여들었다는 것이다.

나이지리아에서는 킥복싱 랭킹 2위의 로나루스 선수가 찾아들었고, 이집트 킥복싱 챔피언이 아메드, 우즈베키스탄의 프로 복싱 챔피언인 네오닉도 암암리에 소문을 듣고 한국무술원에 터를 잡은 프로 격투가다. 김충현과 하창민 등 입식 격투 분야의 챔피언들도 훈련 중이다.

이 때문에 한국무술원은 프로, 유망주, 아마추어를 구분해 각기 다른 훈련법을 교육 중이며, 선수 육성에도 관심이 많아 일부 중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보통 프로 선수까지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4~5년의 시간이 걸린다. 현재 체육관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각국의 챔피언들을 롤모델로 프로 선수로서의 꿈을 키우는 유망주들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 관장은 현재 비트FC 대회를 준비 중이다. 선수들이 뛸 수 있는 무대가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입식 격투기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제격투스포츠연맹의 대표로서 최소 30여개국에서 선수들이 참가하는 UFC에 버금갈 프로 무대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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