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도 드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 속 신중론도 많아

사회 각계각층에서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고 있는 미투(#MeToo)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있는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피해자들의 폭로를 위축시키는 독소조항이라는 것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형법 307조와 정보통신망법 70조에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을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근거로 하고 있다. 형법에서는 2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을, 정보통신망법에서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미투 운동이 전개되면서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피해자들에게 오히려 법률적인 불이익은 안기는 독소조항으로 활용되고 있다는데 있다. 이 때문에 청화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월 초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은 당연하지만 사실이 명예훼손이 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규정하고 있는 관련법의 조항을 폐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해 이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가로막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실명을 밝히고 싶어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인격권과 사생활 자유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성매매 여성의 경우 과거가 밝혀지지 않길 원하는데, 타인에 의해 과거가 공개될 경우 사회적 평판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는 타인의 약점과 허물을 들추어 악용하는 사례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라는 용어 자체가 드물다. 선진국들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이 사실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2010년 당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한 당시 클레어 와드 영국 법무장관은 명예훼손죄는 오늘날같이 표현의 자유가 권리가 아니었던 지나간 시대의 범죄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움직임은 계속되어 왔다. 그동안 국호에서 수차례 관련 조항을 폐기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되어 왔던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대표 발의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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