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무예총연합회장,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시종 충청북도지사
한국무예총연합회장 겸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장
택견 복원화 앞장…의원 시절 전통무예진흥법 제정
무예올림픽 위해 유네스코 산하 국제기구도 설립

용인대학교는 지난 2월 23일 오전 11시 학위수여식에서 이시종 충청북도지사에게 명예무도체육학 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용인대 측에서는 이 도지사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게 된 배경을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무예진흥을 위해 열정을 바쳐 헌신한 공로를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인대는 1953년 서울 소공동에 독립군 출신 이범석 장군과 유도인이었던 이제황 사범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체육대학이다. 특히 명예박사학위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 김운용 전 IOC 위원, 필립 크레이븐 전 IPC위원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세계적인 인물들에게 수여됐던 학위이기도 하다. 이 도지사는 무도체육학으로써는 1호 명예박사가 됐다.

무도(武道)라는 것은 무사가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뜻한다. 또 무사(武士)는 무예를 익혀 그 방면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무사와 비슷한 뜻을 지니고 있는 단어 중에서는 무인(武人)이 있다. 하지만 무인의 뜻에는 무사처럼 무예를 익힌 사람을 직관적으로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무관(武官)에 있는 사람까지 통틀어 이르는 보다 폭 넓게 사용하는 단어다.

무관이란 군에 적을 두고 군사 일을 맡은 관리를 뜻한다. 이를 오늘의 시대에 맞추어 설명하면 군인만 무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국방부에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들도 무인으로 본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반드시 무예를 익혀야 했지만, 오늘 날에는 문인(文人) 출신이라도 충분히 무인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 도지사는 이러한 의미에서 대내외적으로 무인이다.

본지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전통 무예 발전과 진흥을 위해 무예와 무인을 살펴보는 코너를 신설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그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전통 무예 발전과 진흥에 크게 기여해 온 이 도지사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에서 뿐 아니라 글로벌 무예 교류의 중심에 있는 이 도지사를 직접 만나 우리나라 전통 무예의 현주소를 진단해 봤다.

▲ 이 도시자는 각국의 무예인들이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에 대해 뜨거운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며 앞으로 50년 후에는 올림픽을 뛰어넘는 국제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좌로부터 호국무술연맹 박상현 사무총장, 정영수 대기자, 이시종 충북지사)

“세계 어디에도 무예를 주제로 한 축제가 없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정치인으로서의 활동 뿐 아니라 (사)한국무술총연합회장과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국내 전통 무예에 대한 진흥은 물론, 글로벌 무예 교류의 장에서 최선봉에 있다. 용인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이유도 이처럼 전통 무예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했기 때문으로, 사실상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무인으로서 무예를 제도적, 학술적으로 지원하고 발전시켜온 장본인이다.

하지만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충북관에서 직접 만난 이 도지사는 무인이라는 풍모 보다 연륜이 묻어나는 정치인으로서의 품격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로도 이 도지사는 무예를 익히지 않았다. 그는 직접적으로 정치인으로서 무예를 연마한 무술인들과는 상관관계가 없다고도 밝혔다. 무술, 무예의 기술을 익혀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천생 정치인이자 행정가인 그가 전통 무예와 연을 가질 수 있었던 계기는 1995년 충주시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민족 전통 문화 발전을 위해 택견 복원화 사업을 추진한 것이 계기가 됐다. 비단 복원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형문화 등록을 마쳤고, 전국 택견 대회와 전통 무예 축제를 개최하면서 택견을 사회 전반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행정가로서 특징적인 지역 축제를 고민하던 그가 선택한 것이 바로 무예다. 이 도지사는 “지역 축제를 고민하다 인터넷을 통해 공부를 좀 해보니 세계 어디에서도 무예를 주제로 축제를 벌이는 나라가 없었다”며 “이것을 잘 키운다면 올림픽에 버금가는 국제 이벤트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 도지사의 판단은 정확히 맞아 떨어지고 있다. 우선 세계 각국의 무예인들의 니즈를 제대로 꿰뚫었다. 우리나라만 해도 무술의 종류가 다양한데, 세계적으로는 각국마다 정말 다양하고 독특한 전통 무예가 계승되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이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창구가 없다. 올림픽도 서양 스포츠를 중심으로 종목이 정해지기 때문에 각국의 무예인들은 국제적인 대회를 치를 수 없다는 점에서 큰 불만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 용인대로부터 명예무도체육학 박사 학위를 수여 받았을 당시. 러시아 푸틴 대통령 등 세계적인 인물들에게만 수여된 학위다.

40개국에 공문 발송…설립 참여 독려 끝
유네스코 산하 NGO 단체 ‘세계무술연맹’ 설립
결국 이 도지사는 무예올림픽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2000년 당시 개최한 제1회 충주세계무술축제가 시발점이다. 택견 세계화, 전통 지역 축제, 무예인들의 글로벌 교류라는 삼박자가 모두 맞아 떨어져 지난 2017년을 기준으로 18회 개최됐다. 이 도지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07년에는 올림픽과 같이 경기를 진행하는 방식인 전국무예대제전을 개최했다.

충주세계무술축제가 시연을 중심으로 한 무예 축제라면 전국무예대제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종합 스포츠 대회 중 하나인 전국체전을 표방한다. 전국체전에 종목으로 참여할 수 없는 무예인들의 전국체전인 것이다. 이는 이 도지사가 구상해 왔던 무예올림픽의 뼈대다.

이와 동시에 이 도지사는 진정한 의미의 국제무예올림픽이 개최될 수 있도록 국제기구 설립을 추진해 세계무술연맹이라는 유네스코 산하 NGO 단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현재 세계무술연맹의 본부는 충주에 있다. 세계무술연맹에서는 국제적으로 세계 무술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리는 전권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피파나 올림픽위원회와 같은 국제기구다.

이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지난 2016년에는 충주에서 17개 종목, 81개 나라, 2000명이 참여한 제1회 세계무예마스터십(World Martial Arts Masterships) 대회를 개최했다. 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가 바로 이 도지사가 구상하던 무예올림픽의 정점이다. 다만, 올림픽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어 Martial Arts Masterships으로 명칭을 정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 도지사는 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가 앞으로 50년 후에는 올림픽을 뛰어 넘는 국제 이벤트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도지사는 “지금의 올림픽은 개최 비용이 20조에 달해 부자 나라들만 유치할 수 있는 상태”라며 “그러나 무예 올림픽은 5~6개 체육관만 갖추면 어느 나라에서든 개최할 수 있고 운영비도 200억원으로 저렴해 2019년 2회 대회 이후 3회 대회를 개최하겠다는 나라가 벌써 3곳이나 신청을 넣어둔 상태”라고 전했다.


전통 무예에 대한 무관심
“진흥법 발의 당시 무예를 맡을 부처 결정도 어려웠다”

여기에 더해 이 도지사는 한국 전통 무예의 제도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7대, 18대 국회의원 재임 시절 이 도지사는 무예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위해 2005년 10월 당시 31명의 동료 의원들과 함께 전통무예진흥법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데 어려움도 많았다. 당장 주무부처와 담당부서를 어디로 정해야 하는가를 두고도 혼란이 많았다. 법이 발의되기 전까지 정부 차원에서 한국 전통 무예를 관리하는 곳이 없었다. 또한 이미 산업이 활성화되어 있는 일부 무예인들을 중심으로 경쟁 무예 산업의 발전을 의식한 반대 여론도 있었다. 4년 동안 진통을 겪은 끝에 지난 2009년 3월부터 정부 지원을 법제화한 전통무예진흥법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 도지사는 한국 전통 무예가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정부의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도지사는 “무예올림픽인 제1회 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를 충북도청의 재정으로 충당하다보니 운영비만으로도 벅차 홍보를 할 수 없었다”며 “2회 대회부터는 다소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됐지만, 한국 전통 무예 발전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도지사는 무예 산업 발전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무예 시장을 선도하며 경제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이 도지사는 “올림픽기구가 있는 스위스 로잔, UN본부가 있는 뉴욕, 유네스코가 자리한 파리 등은 모두 특화도시로 발전했다”며 “세계무술연맹의 본부가 있는 충주도 글로벌 무예 시장의 특화도시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무예올릭픽을 국내 산업과 연관시켜 무예산업단지를 조성해 단지 내에서 무예와 관련한 도복, 신발, 무기류 등을 생산한다면 수출 산업에도 긍정적이고 무예와 관련한 영화, 게임, 소설, 미술 등 문화산업 양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미 충주에 유네스코국제무예센터가 들어서 정부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만큼, 앞으로도 한국을 중심으로 한 무예 산업 발전, 글로벌 교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담: 졍영수 대기자 / 글: 원금희 부국장 · 이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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