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상통화’…일반 ‘가상화폐’…학계 ‘암호화폐’ 용어 불분명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개발, 이름만 알려진 개발자 정보
1비트코인 1000만원 호가…직장인·주부·고등학생까지 투자 狂風

정부가 지난 13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관계 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가상통화 범죄 단속 강화 △본인 계좌로만 거래 허용 △고등학생 이하 계좌개설 금지 △ 금융기관 가상통화 투자 금지 △가상통화거래소 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가상통화 투기과열 및 범죄행위 등에 대한 정부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른바 비트코인, 가상화폐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에 나선 것이다.

정부까지 나서 규제안과 대책을 만들 정도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사실 가상화폐는 이제 막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도입 초기의 시점을 지나고 있다. 심지어 용어에 대한 정의도 제각각이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가상화폐가 널리 사용되며, 이번 정부 발표에서는 가상통화로 표현됐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암호화폐로 불러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시장에는 수많은 종류의 가상화폐가 등장한 상태지만 주식시장의 용어를 빌리자면 이른바 대장주, 가상화폐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것은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2009년 1월 3일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사람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로 정의되고 있다. ‘Bitcoin Core’ 클라이언트를 구동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일종의 코드가 바로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개념은 이렇다. 과거 대표적인 거래 수단이 물물교환이었다면 현대는 종이에 그림을 넣은 종이화폐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는 데이터 코드, 즉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생성, 교환, 구매한 특정 데이터만으로 거래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그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 비트코인이며, 발행 주체가 없다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비트코인을 얻는 방식은 쉽게 설명해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형태다. 해답을 얻으면 누구나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과정을 금광 채굴에 빗대 채굴(Mining)이라고 표현하며, 이 채굴 과정은 비트코인이 생산될수록 더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특히 2100만개의 수량이 정해져 있으며, 12월 8일 기준 16,727,212개의 비트코인이 생성된 상태다.

생성된 비트코인은 지갑이라고 부르는 계좌에 귀속되며, 계좌는 숫자와 영문 대문자, 소문자로 구성된 일종의 계좌번호가 부여된다.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요구하는 조건은 특별히 없다. 국가나 개인 식별 정보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익명성을 보장받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모든 계좌, 즉 지갑의 거래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는 상태다.

가상화폐 시스템은 안전, 거래소 안전성이 문제
해커 · 마약거래 · 범죄조직 자금세탁 경로 악용
정부 “고등학생 금지·기관 투자 금지·과세 검토”

보안도 뛰어나다. 누군가의 지갑을 해킹해 본인의 지갑으로 넣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모든 지갑이 하나의 알고리즘으로 묶여 있어 하나의 지갑을 해킹하려면 전체 지갑의 입출금 내역을 전부 수정해야 한다. 모든 지갑의 거래 정보와 경로를 파악해 알맞게 수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거래소를 해킹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재 가상화폐 시장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보다 쉽게 거래하기 위해 국가마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개설되어 있다. 문제는 이 가상화폐 거래소가 제도권에 의해 관리를 받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그저 개인이 만든 거래시스템을 일반인들이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접속이 원활하지 않는 오류는 물론, 해킹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 올해 6월 발생한 전세계 최악의 사이버공격이었던 워너크라이 사태 당시 해커들은 랜섬웨어를 풀어주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요구했다. 일부에서는 야쿠자 등 범죄조직의 자금 세탁 경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루머도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마약 거래에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사회적인 혼란도 부추기고 있다. 올해 4월부터는 채굴 업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채굴에 사용되는 그래픽카드가 품절되어 PC 구매에 차질을 빚기도 했고,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사기범죄도 급증했다. 더구나 1비트코인당 한화로 1000만원을 호가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가상화폐 거래 규모가 코스닥 거래 규모를 뛰어 넘은지 오래다. 어느 정도의 자금 여력을 갖춘 투자자가 아니라 일반 직장인, 주부는 물론, 중고등학생들까지 뛰어들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확대되다 보니 그동안 가상화폐 시장을 주목하지 않던 주요 언론사들도 앞 다투어 비트코인에 대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고, 미국에서는 주식시장에 가상화폐 선물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가상화폐는 실체가 불분명하다. 부동산 투자나 주식 투자와는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가상화폐를 보유 중이라도 사실상 사용처가 없다. 오로지 개인 간 현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광풍이 불고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결국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우선 가상화폐를 이용한 불법행위에 엄정 대처하기로 했다. 정부는 △가상통화 관련 범죄 단속 △해외여행경비 가장 투자금 단속 △가상통화거래소 실태조사, 불공정여부 직권조사, 개인정보보호 점검 실시 △채굴장 산업단지 불법입주 단속 강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또 신규 투자자의 무분별한 진입에 따른 투기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 본인계좌에서만 가상화폐 거래 입출금 허용 △고교생 이하, 비거주자(외국인) 가상화폐 계좌 개설 금지 △금융기관의 가상화폐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 등의 모든 금융활동 금지 △정부TF 통한 가상화폐 투자 위험성 경고 시스템 구현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가상통화거래소 매도매수 호가·주문 공개 등 의무화 △가상통화거래소의 금지행위 규정 마련 및 처벌 강화 △가상통화 산업 기술개발 및 산업진흥 육성 지원 △가상통화에 대한 과세TF팀 구성 후 과세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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