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트랜드 메밀전문점으로 연 매출 10억 올려

▲ 일산 메밀전문점 ‘메밀꽃이 피었습니다’를 운영하고 있는 고명환이 냉메밀을 맛보며 환하게 웃고있다.

시사경제신문 이명이 기자 = 가족이나 친구들과 식사를 하기 위해 들어선 식당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연예인이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며 친절하게 주문한 음식 서빙까지 해준다면 좀 더 특별한 외식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까.

일산 메밀전문점 ‘메밀꽃이 피었습니다’에 가면 엉뚱한 웃음으로 우리에게 꽤나 친숙한 배우이자 개그맨인 고명환 씨를 볼 수 있다.

웰빙 트렌드에 발맞춰 메밀을 이용한 음식으로 연매출 10억을 올리고 있는 그는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한 이곳에서 일일이 고객을 맞으며 음식사업가의 예리한 눈매로 고객들의 입맛을 체크하고 있다. 

‘메밀꽃이 피었습니다’가 이처럼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기 까지는 누구나 그렇듯이 그의 인생스토리에도 많은 사연이 담겨있다.

1988년 영화 ‘독불장군’에서 단역으로 출연해 영화배우로 데뷔한 이후 1997년 MBC 공채 개그맨 8기로 희극인 명단에 올랐으며, 2001년 영화 두사부일체 등에 출연하기도 한 고명환은 2014년 10월 배우 임지은과 결혼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최근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연극 '인간'에서 열연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 3월 예술의 전당에서 막을 내린 연극 '인간'은 '인류는 이 우주에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토론하는 2인극으로 고명환은 라울 역을 맡았다. 그는 “오용, 전병욱, 박광현이 라울 역을 잘 소화해 냈지만 주위에서 내가 가장 라울답다고 얘기하더라”며 “라울이 느꼈듯이 인간은 모두 선한 마음을 지닌 존재”라고 말했다.

선한 마음으로 열심히 살면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는 그의 가장 큰 장점이자 최대 무기인 것처럼 보인다. 그가 이처럼 긍정의 아이콘을 본인의 삶에 선두주자로 내세운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지난 2005년 1월, 지방공연 후 돌아오는 길에 트럭과 충돌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해 생명에 위기가 닥쳤을 때, 그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당시 의사가 이틀을 못넘길것 같다고 진단할만큼 절망적인 상태에서 그의 머릿속에는 지금껏 살아온 삶이 주마등처럼 펼쳐졌다.

드라마와 코미디 프로, 지방공연 등 바쁘게 활동하면서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지만, 재수시절 연극영화과 대학진학을 목표로 4개월간 치열하게 공부했던 이 시기만이  진정한 ‘고명환’ 인생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사고 이후 “무언가에 끌려다니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자”로 삶의 방향을 바꾼 후 뮤지컬 배우 활동은 물론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음식사업도 시작했다. 좋아하는 일을 따라 긍정적으로 인생전환을 해보니 코미디와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제작 연출 기획은 물론 강의, 음식 사업  등 바쁘지만 즐거운 삶이 펼쳐졌다.

7년 째 KT&G 상상유니브 뮤지컬 클래스를 이끌면서 많은 대학생들과 만나온 그는 “그들이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 좁은 틀에 자신을 맞추려고 하는 게 안타깝다”며 자기만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용기를 갖고, 그 꿈을 '책'안에서 살펴보는 방법을 제안했다.

자신 또한 현재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메밀 전문점을 시작하기에 앞서 수많은 책을 보며 그 안에서 합리적인 해법을 찾았다는 것. 그는 다이어트, 웰빙 선호 등 우리나라 음식문화의 흐름과 생활패턴은 물론 회전율과 단가, 직원 수, 상가임대료 등을 꼼꼼히 살펴 지난 2014년 5월 경기도 일산 동구에 이 메밀전문점을 오픈하게 됐다. 32개 테이블을 갖춘 이 곳의 하루 평균 회전률은 10바퀴를 웃돈다.

순탄한 경영으로 자리잡기까지 크고 작은 실패도 맛봤다. 감자탕집, 실내포장마차, 골프장 내 스낵바, 닭가슴살 사업까지 성과는 좋지 않았지만, 이 경험들에서 얻은 노하우는 지금의 메밀전문점 성공의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입소문을 타고 ‘메밀꽃이 피었습니다’를 찾은 고객들은 가격과 맛, 서비스 모두에서 ‘엄지척’을 내세운다.
절대미각으로 자칭한 고명환이 전국을 돌며 수집한 아이디어에 충남대 근처에서 학사주점을 운영했던 어머니의 손맛이 더해 일주일에 여섯 번 오는 단골고객들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곳의 주 메뉴는 냉메밀과 비빔메밀이다. 무와 양파, 마늘 등 싱싱한 야채와 다시마 등으로 우린 육수는 여느 인공조미료 맛의 가벼운 한계를 넘어 아무리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의 비결로 꼽힌다. 물론, 기본 재료는 산지에서 직접 재배한 고급 특산물로 엄선해 고른다.

여기에 매일 아침마다 뽑는 쫄깃한 생면과 그 위에 소복이 얹은 무, 오이채, 소고기 장조림의 어우러짐이 입맛을 살린다. 시원한 배로 단맛을 낸 고추장 양념으로 맛을 더한 비빔메밀도 알싸한 감칠맛으로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어머니의 제안으로 추가한 메밀전은 가족이 함께 온 고객들이라면 고민하지 않고 주문한다. 이밖에도 메밀찐만두, 돈까스, 한우소국밥, 한우떡갈비 등 가족단위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띈다. 한번 먹어 본 음식을 그대로 재현해 낼 수 있을 정도로 미식가인 그가 전국을 돌며 꼼꼼히 고민해 채택한 사이드 메뉴인만큼 고객만족을 이끌어 냈다.

그는 떡볶이를 좋아하는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기 위해 전국의 떡볶이집 거의 모든 곳을 돌아다녔다는 일화를 밝힌 바 있다. 한 방송을 통해 무와 멸치, 다시마, 새우를 끓인 후 배추 반포기를 듬뿍 넣고 고추장 등 양념을 넣어 시원한 맛을 살린 떡볶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떡볶이 매니아인 임지은이 인정한 맛이라면 검증해볼 필요도 없지 않은가. 집에서 1000번도 넘게 떡볶이 맛을 재현해 내며 터득한 일명 ‘임지은 꼬신 떡볶이’는 조만간 새 브랜드로 세상에 나올지도 모른다.

그보다 먼저 고명환의 메밀전문점 2호점이 지난 3월 부산 남산동점에 오픈했다. 이어 이달 안으로 제주 우도점에도 3호점이 문을 연다. 그는 프랜차이즈 확장보다는 경기도내 10호점까지 직영 운영을 목표로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음식에 대해서만큼은 자타가 공인한 전문가지만 사업가라면 꾸준히 관련 책을 읽으며 학습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보다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공부하며 개척하는 음식 사업가 고명환의 경영철학이 메밀꽃만큼이나 환하다.

저작권자 © 시사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