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 요인 악순환 이어지질 경우 경제타격 우려

원고·엔저 현상은 일시적, 순환적 요인뿐 아니라 구조적인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고·엔저 기조, 일시적 현상 아니다. LG 경제 硏, 경쟁력 높이는 혁신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연말 나타나고 있는 원고, 엔저 현상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히려 중장기적인 원화 강세, 엔화약세로 전환되는 추세 전환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가 나와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원화 강세의 요인에는 경상수지 흑자 구조가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국제 금융위기 이후 원화 약세 효과, 일본 대지진의 반사이익, 서비스수지의 개선 등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고, 더욱이 국내 세계적 기업을 중심으로 제품 경쟁력이 높아진 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 신용등급의 상향조정 등 국가 신뢰도 제고 등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이 늘면서 원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은 7일 ‘주춤하는 원고·엔저 아직 갈 길은 멀다’는 보고서를 통해 원고·엔저 현상은 일시적, 순환적 요인뿐 아니라 구조적인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작용한 것으로 전망했다.

원고·엔저 현상이 나타난 데는 세계 금융 불안 완화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이나 유로지역 재정위기를 비롯해 국제 금융시장에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엔화는 강세를 나타냈고, 원화는 국내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 때문에 약세를 보여 엔화는 안전자산, 원화는 위험자산으로 인식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재정 및 국채시장에 대한 불안감 확대 등에 따라 엔화가 추가로 급락할 우려가 있다”면서 “우리나라 제품들은 일본제품과의 국외시장 경합도가 높아 달러화에 대한 원고 못지않게 엔화에 대한 원화 강세가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원고에 따른 경쟁력 약화에 이어 앞으로 일본기업들이 엔저를 배경으로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으로 보여 국내 기업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인식했다. 또 환율변동에 대해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환율변동위험 헤지를 통한 위험관리제고도 시급히 제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장기적으로 진행되는 원화 강세에 환율변동위험 헤지 효과에는 한계가 있지만, 원고‧엔저에 대한 대응력을 키워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처지다.

이 연구위원은 “단순 원가절감 차원을 넘어 생산과정 혁신이나 생산성 향상을 통해 근본적으로 생산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가격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근원적인 제품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화 강세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할 경우 설비투자와 R&D 투자가 위축되면서 제품경쟁력이 뒤처지고, 이것이 매출부진과 수익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을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기업들은 생산기지의 국외이전 또는 국외생산 비중 조정 등의 대응방안을 연구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생산기지의 국외 이전은 기업 차원에서는 합리적 선택일 수 있지만, 경제 전체적으로는 제조업 공동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보았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 대안으로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 서비스 산업의 확장과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제조업체의 이탈 충격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경제가 이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원고·엔저 현상 때문에 수출여건이 어려워지면 어느 정도 내수 부양을 통해 경기 위축을 방지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 연구위원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따른 내수활성화가 지나치면 나타날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아직 가능성이 낮더라도 과거 플라자 합의 이후 급속한 엔고와 유사하게 단기간에 원화가 급속히 절상될 때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원화 강세를 막을 수는 없더라도 정부는 기업, 산업 등 경제가 적응할 수 있는 여유를 갖도록 속도를 늦추는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에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도 필요하겠지만, 국외자본의 유입 유인을 억제하는 것이 더욱 장기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다는 처지다.

최 연구위원은 “기존의 자본유출입안정화 3종 세트로 불리는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 이익에 대한 원천징수 과세, 단기 외화차입에 대한 건전성 부담금 부과 등이 그동안 국외자본 유입을 억제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유입의 억제는 원화절상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와 함께, 장래 국내외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나타날 수 있는 잠재적 충격을 예방한다는 의미도 있다.”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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