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폴리텍대학 서울강서캠퍼스 패션디자인과 이옥순 교수.
내 어머니 고향은 신의주다.

어머니는 자식들을 위해 평생 일만 하시다 노년에 들어서야 피서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피서지는 늘 동해안 바닷가였다. 왜 꼭 동해안 바닷가로 피서를 떠나는지 여쭤보면 "고향의 모습과 닮아서"라고 대답하시곤 했다.

그래서 수 년 동안 식구들 여름 피서지는 늘 동해안 바닷가였다. 무릎이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제부가 옆에서 시중을 잘 들어줘 어머니를 비롯한 식구들의 물놀이는 늘 즐거웠다.

하지만 관절염으로 보행기에 의지해 걷던 어머니가 결국 걷고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어져 올 봄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다.

때문에 우리 자매들은 이번 여름부터 ‘바닷가에 갈 수 없을 거라’ 생각 했는데 어머니의 의중은 달랐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거동이 불편한 몸으로 보조기에 의지해 열심히 걷는 연습을 하셨고 이번 휴가도 "바닷가로 가시겠다"는 선언을 하셨다.

이로써 우리 식구들은 올 휴가도 동해안 경포대로 떠났다. 하지만 문제는 바닷가까지 가는 모래사장의 거리였다. 지난해까지 어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스스로 걸어 가셨지만 이제는 그 거리가 난관이 된 것이다.

그러나 어느새 성장해 장정이 된 손자가 어머니를 등에 업고 모래사장을 걸어 해변가에 자리를 잡았고, 어머니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식구들을 의지해 즐겁게 물놀이를 하셨다.
 
그렇게 즐겁게 물놀이를 하신 어머니가 갑자기 한 마디 던지셨다. "이제는 바다에 그만 와야겠다. 생각해 보니 너희들이 너무 고생을 하는구나"

사실 바닷가에 들어가는 과정과 어머니를 튜브에 태우고 물놀이를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좁고 북새통을 이루는 세면장에 모시고 들어가 씻기고 나오는 과정도 매우 힘겨웠다.

그래서 "어머니도 내년부터는 힘들게 바닷가에 오시지 말고 시원한 병원에 계셔요"라고 공감어린 말을 건넸지만 해가 바뀌면 어머니의 의중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다. 왜냐면 바닷가 휴가를 마치고 병원에 들어가신 어머니가 더욱 활력 있게 걷기도 잘 하시고 표정이 한층 밝아 지셨기 때문이다.

한국폴리텍대학 서울강서캠퍼스 패션디자인과 이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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