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호텔 공매 나올 듯, 제값 받을지 확신 없어

▲ 역삼 르네상스호텔 재건축 조감도.

삼부토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결정됐지만 회생까지 넘어야할 산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자산 중 하나인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이 공매 매물로 나오더라도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서다.
 
4일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의 부동산 등기를 조회한 결과 이 건물 담보신탁 수탁자는 무궁화신탁과 대한토지신탁 2곳이다.
 
담보신탁은 부동산신탁회사에 건물 등의 소유권을 이전하고 이에 대한 증서를 발급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해당 회사는 금융기관에 증서를 담보로 제공해 대출을 받게 된다.
 
이 호텔 소유권은 형식적으로 신탁사에게 있기 때문에 회생계획에 따라 매각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신탁사가 공매 등을 통해 별도로 자산매각에 나서는 구조다. 업계는 삼부토건의 법정관리가 확정된 만큼 조만간 역삼 르네상스 호텔이 공매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공매를 통해 자산매각이 완료되면 빚잔치 후 남는 차익은 위탁자 즉 삼부토건에게 돌아가게 된다. 법정관리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작업과 함께 르네상스 호텔의 매각 성사 여부가 삼부토건 회생을 결정짓는 관건으로 여겨지고 있는 배경이다. 기대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되면 영업적자와 금융비용 부담에 짓눌린 삼부토건의 유동성에 다소 숨통이 트일 수 있어서다.
 
문제는 르네상스 호텔이 공매를 통해 매각되더라도 빚 청산이 끝나면 남는 돈이 없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삼부토건은 르네상스 호텔을 담보로 1순위 협조융자 7493억원과 후순위 채권을 더해 1조원 가량의 빚을 안고 있다.
 
삼부토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이전 이 호텔 인수를 추진했던 엠디엠(MDM)은 인수가격으로 9000억원을 제시했다. 공매가 투자시장에서 저가 매입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가격 이상으로 팔리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살아나는 듯 보였던 부동산경기가 최근 다소 침체되는 모습"이라며 "공매로 매물이 나올 경우 9000억원 이상은 받기가 사실상 힘들어 빚 청산이 끝나면 남는 돈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너와 경영진에 대한 불신으로 삼부토건이 오랜 내홍을 겪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삼부토건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조시연 전 부사장과 조남윤 전 부회장이 동반 퇴진한 상태다. 조 부사장과 조 부회장은 각각 조남욱 회장의 차남과 동생으로 조 회장은 지난달 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회사 내부에서는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오너 일가가 삼부토건을 법정관리로 내몰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조 회장과 공동 대표이사를 지냈던 남금석 사장이 법정관리인으로 선정되는데 대해 내부에서 반대 여론이 불거졌던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 인수·합병(M&A) 관계자는 "회생에 성공하려면 임직원의 단결이 중요한데 이같은 불신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법정관리인이 오너 일가와의 관계를 모두 청산해야만 회생절차가 원할히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삼부토건의 회생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더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점에서 회생 가능성은 어느 정도 열려있다는 의견도 있다.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한 법원 역시 삼부토건이 보유한 자산의 매각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삼부토건이 보유한 자산 중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알짜가 상당한 것으로 안다"면서 "회생성공까지 넘어야할 산이 만만치 않지만 이들 자산이 성공적으로 팔리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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