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대학 모두 "소폭 인하" 정부 권고안 못미쳐

"반값 등록금" 압박에 몰린 대학들이 2012학년도 새학기 등록금을 인하안을 발표했지만 학생들의 불만은 증폭되고 있다.

연세대와 고려대 등 서울의 주요 사립대들의 등록금 인하율이 2% 안팎에 그쳤다. 고려대와 숙명여대, 성신여대, 성균관대 등이 2%, 한국외대 2.2%, 연세대와 중앙대가 2.3%, 서강대 2.4%, 이화여대 3.5% 등으로 등록금을 낮췄다.

이처럼 대학들이 잇따라 등록금 인하안을 내놓았지만 인하폭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데다 지난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내놓은 5% 인하 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감사원이 대학 등록금 감사 결과에서 대학들이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할 경우 최소 12%까지 등록금을 내릴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인하 폭이 워낙 낮아 올해 대학 등록금 인하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나마 반값 등록금을 현실화한 대학은 서울시립대가 유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등록금 인하 여부를 두고 대학 곳곳에서 학생들이 단식투쟁에 나서는 등 개강을 하기도 전에 학교측과 학생들이 마찰을 빚고 있다.

연세대 김삼열 총학생회장과 안자올 부총학생회장이 지난해 12월부터 열린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 회계자료 등을 바탕으로 학교 측의 등록금 10% 인하를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 난색을 표해 지난달 31일 등록금 인하를 촉구하기 위한 단식농성을 벌였다.

최근에는 성적 우수장학금 대상으로 뽑힌 10명의 학생이 예산삭감 때문에 장학금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연세대측은 "장학금 정책을 소득분위 중심으로 변경하면서 일부 단과대학의 장학금 배정액 역시 변동됐고 장학금 총액은 오히려 늘었다"고 해명했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12월부터 등심위 위원 구성을 두고 학생들과 갈등을 빚었다. 수차례 대립 끝에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해 학교측이 일방적으로 인하 폭을 결정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감사원이나 대교협의 5~12% 등록금 인하율은 대학마다 다른 여건을 고려하지 않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장학금 지급 혜택이 확대된 만큼 실제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등록금 인하율보다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꺼번에 등록금을 내리기보다는 장학금을 늘리는 것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단순히 등록금 인하율만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생들은 요란했던 구호에 비해 등록금 인하 폭이 낮아도 너무 낮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연세대 3학년에 재학중인 한모(26)씨는 "대학마다 온갖 등록금 인하대책을 마련했지만 학생들이 전혀 체감할 수 없을 정도의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며 "장학금을 대폭 늘렸다는 학교 측의 설명에 학생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끼며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시사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