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욱 전 차관 등 거론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57개 창립회원국들이 29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AIIB 협정문 서명식을 갖고 출범 준비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했다향후 한국인 AIIB 부총재가 탄생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직에 고배를 마시면서 AIIB 부총재 만들기에 외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협정문 서명식 전날(28) 밤 중국 베이징 현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 단계에서 한국이 이를 확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부총재직 진출을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며 사실상 한국인 부총재 출사표를 던졌다.
 

▲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협정문 서명식에 참석한 최경환 부총리가 기자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재부 주변에선 본인 의사가 무관하게 허경욱 전 기재부 1차관이 AIIB 초대 부총재 물망에 오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지낸 허 전 차관은 행정고시 22회로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등을 거쳤다. 경제관료 출신 중 대표적인 국제금융통이다.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를 지내다 세계은행(WB) 상임이사로 선출된 은성수 이사도 경쟁력이 있는 인물로 꼽힌다. 행시 27회인 은 이사는 재무부 국제금융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후 국제금융정책관, 국제금융국장 등 국제금융에서 잔뼈가 굵었다.

한국경제연구원(KERI) 원장인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장관급)도 부총재 판세를 굳힐 수 있는 카드로 거론된다권 원장은 대통령실 정책기획비서관과 OECD 대표부 대사를 지내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이밖에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이종화 고려대 교수도 거론된다. 이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대통령 국제경제 보좌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AIIB 한국 지분은 3.81%로 회원국 중 전체 5, 역내 4위다. 한국이 가입한 국제금융기구 중 가장 높은 순위를 확보했다. 중국이 가져간 총재직 다음으로 고위직인 부총재 자리는 4~5석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때문에 전체 5위인 한국인 부총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협정문에 따라 부총재는 역내 9, 역외 3명 등 12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뽑는다.

특히 정부는 국제금융 관련 명망이 높은 한국인이 지원할 경우 선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부총재직 인선 조건으로 '공개적'이며 '투명'하고 '능력주의'에 기초해 이사회를 통해 선임하겠다고 제시하고 있다. 능력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국제금융기구의 부총재 자리는 한국 정부로 치면 차관급 이상의 인사가 맡게 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경우 1988년 정인용 전 부총리가 부총재에 오른 바 있지만 당시와 지금은 한국의 경제력이나 국제 위상이 달라져 차관 정도가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ADB의 경우 정 전 부총리 이후 이봉서 전 상공부 장관(1993~1998), 신명호 전 재경원 차관보(1998~2003)가 부총재를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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